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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Oct 28. 2022

호수 같은 너

✍잔잔한 호수 같은 너

"나랑 같이 걸을래/ 혹시 내일은 뭐해/ 네가 부담되지 않는 날에/ 산책이라도 할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말에 마음이 심쿵했다.

이토록 청초하다니, 사려 깊다니, 순수하다니,

특히나 상대를 배려하려는 맘이 한 가득이다.

지나도 그랬다.

23년만에 만났지만 그녀는 대학시절 그 모습 그대로였다. 모든면에서.

상대의 말과 생각과 행동에 함부로 입을 대는 법이 없었다.

보통의 경우, 사소한 일에도 가깝다는 이유로 또는 위한다는 이유로 상대의 의견을 쉬이 여기고 내 생각을 강요하기는 너무 쉽다.

그렇지 않은 지나를 만나고 나는 그제서야 내 주위에서 만연되고 있는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려라는 가면,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는 너무나 쉽게 그리고 자주 강요를 행세했다.

오지랖이고 사랑이고 무지함에서 온 것이라고 덮어버리기엔 덮어지지 않는 부끄러움이었다.

지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 친구였다.

지나는 잔잔한 호수같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일정한 감정의 표현들에 나도 저절로 감화되었다.

또 다른 나의 스승이었다.

이 가을!

지나와의 만남은 예사롭지 않았다.

설악산의 가을 여행과 둘만의 시간을 합친 4일동안의 여행은 아마 앞으로의 나에게 예사롭지 않은 지침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 매년마다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너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나와 같이 걷지 않을래. 혹시 시간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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