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활성화 모드로

<영어 해방일지 3>

by 삼분카레

5주 동안 moseslake의 작은 도시에 있으면서 현지 사람들을 사귀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다. 추운 겨울이라 모두들 몸도 마음도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듯 했다. 물이 있어야 물고기를 잡지라는 심정으로 더 노력해볼 것도 없이 포기하려는 무렵 천신만고 끝에 친구를 한 명 사귀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두 명이다.

작은 도시지만 museum & arts center가 있었다. 그곳에서 drawing 수업이 있다길래 사람을 만날 목적으로 나갔다. Jamie라는 30대정도의 여성이 7살 된 딸과 남친과 함께 수강하러 왔다. 수강생이 단촐해 우리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메일주소와 전번을 교환할 수 있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나는 꼬마 아가씨 Mercy와 금방 친해졌다. 삼분이면 어떤 아이의 호감도 다 얻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나였기에 미국인 girl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틀 후 우리는 서로 연락이 닿았고, 애석하게도 일주일 후면 나는 귀국을 해야만 했다. 오기 전 좀 더 친밀해질 기회를 만들기 위해 두 여인을 집에 초대했다. 김밥 재료들을 미리 준비 해 두고 김밥 싸는 체험을 하면서 그들에게 한국 문화를 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 온 몸을 놀렸다. 외국인에게 소개되는 김밥이 스시로 오인 받을 때마다 언제쯤 우리 김밥이 일본의 스시를 능가하는 날이 올까라는 고민은 나 개인을 넘어선 국가의 소명이 되어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Jamie와 딸 Mercy는 한국인 집을 방문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한국문화에 대해 공부를 했으며, 한국생활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 몇 가지 인사말을 배워오기까지 했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연발했고, 홈스쿨링하는 Mercy에게 그날은 최고의 한국문화체험 수업이 되었다. 더 자주 만날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 미국 방문 날을 기약하며 우리는 facebook 친구맺기를 하고 멀리서도 서로의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사람과 많은 소통은 하지 못했지만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있는 자체만으로 왠지 영어가 조금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사람과 장소에서 오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미국 있으면서 한국 있을 때보다 영어공부는 양적으로 훨씬 열세했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현지에서의 생활이 주는 장점이 있었던 것 같다. 영어를 내 뱉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것, 한 가지 더 들자면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써야할 상황에 노출되다보니 뚜렷한 목적의식이 주는 동력이 그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어민과 대화할 때는 문장어순이나 구조로부터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틀려도 막 지르고 단어를 횡설수설 내 던져도 소통이 된다는 것은 놀랍다. 그럴수록 더 많이 웃고 더 공감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더 많은 공감과 이해를 위해서는 점점 완벽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귀국 후 명절을 보내고 연휴의 마침표를 찍고 어제 다시 신촌 컬컴 프리토킹 모임에 참여했다. 새로운 멤버들과 수업을 하게 되었다. 멤버들이 활기가 넘쳤고, 여행 비자로 온 스페인 친구의 이야기는 모두 흥미로웠다. 짧았지만 그래도 미국물 좀 들이켰다고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수업에 주눅 들기보다 그들이 주는 에너지를 흠뻑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지난 번 전화영어는 YBM사와 매일 10분씩 했었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최고의 강점이었다. 매일 10분을 위해 예습복습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 이번에는 랭디를 선택했다. 좀 더 잘 차려진 밥상을 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수업 후에는 작문을 제출하면 첨삭까지 받을 수 있으며 거기다 1+1이벤트가 있어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수강할 수 있다.


단어의 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회화를 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단어를 외울 때는 무한 반복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망각 속도에 자괴감이 들 정도지만 무한반복은 그 속도마저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책’하면 ‘book'이 툭 튀어나오듯 어려운 단어들에도 무한반복의 맛을 들이다보니 이제 망각하는 것에 무뎌진다. 생각 안나? 그러면 또 반복하지 뭐. 망각은 당연지사, 반복만이 살길이라는 태도를 가지니 가뿐하다.


ebs라디오 영어는 기상 알람기능으로 들으면서 화면캡쳐로 녹음해서 하루 중 몇 번을 반복해서 들으니 듣기실력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프리토킹, 전화영어, 단어외우기, EBS방송듣기의 플랜으로 올 한해도 열심히 달려보려 한다. 23년 연말쯤이면 분명 한해를 반성하는 시점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 한 해가 어느 때 보다 영어 실력에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무력감이 찾아 올 때 나는 나를 23년 12월에 나를 데려다놓고 뒤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연초의 계획대로 현재를 임하는 나 자신이 일 년 내내 활성화 모드로 잘 작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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