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영어가 퇴보되는 건 아닌지!

< 영어 해방일지 2 >

by 삼분카레

한국에서 최근 영어3개월을 공부하고, 미국에 한 달 정도 머무르다 갈 예정으로 왔다.

남편이 있는 곳은 시애틀에서 동쪽방향으로 차로 3시간 달려야 있는 작은 도시다. 미국의 가장 서부에 위치한 워싱턴 주에 있는 Moses lake에는 호수가 도시 한가운데를 길게 자리하고 있어 도시 이름에도 lake가 들어있다. 이곳에서는 차가 없으면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으며 넓은 땅에 비해 인구가 적어 거리에서 사람구경 하기 힘들 정도이다.

겨울이 우기라 습도가 높은데 그 덕에 내렸던 눈은 해가 쨍 하는 날도 녹기는커녕 그대로다. 내가 도착하기 전 내린 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었고 아마 이 겨울이 끝날 때까지 이 풍경은 변함이 없을 듯하다.




체류 3일째 되는 날 시내버스를 혼자 탔다. 구글 맵에서 내가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시내버스의 노선을 둘러보았다. 시내버스라고 하기엔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그러다보니 노선도 이 도시에서 2개정도만 검색된다. 운행 간격도 시간당 한 대씩이다. 집들은 넓게 분포되어 있고 남편이 rent해서 사는 3층짜리 villa를 제외하면 2층 이상 되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대형마트도 한 층짜리 건물, 주차장도 노상주차, 집들도 모두 한 층짜리 건물, 닭장 같은 건물을 올릴 이유가 없을 만큼 땅이 넓다. 창밖으로 보이는 횡한 사막같은 들판이 놀려지고 있는 걸 보니 저기다 건물세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땅 좁은 나라에서 온 사람의 근성이겠지.


그나저나 나가기만 하면 영어가 들리고 부딪히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나날이 영어실력이 늘겠지라는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좀처럼 뚜벅이는 만나볼 수 없는데다, 총기소지로 사람이 겁나서 함부로 걸어 다녀서도 안 된다고 한다.


갈 때라곤 마트밖에 없다. 마트에는 처음 보는 물건들로 즐비하고, 우리와 다른 종류의 과일채소들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다. 자동계산대 대신 사람이 하는 계산대 가서 한마디를 시켜본다. 영어초보자의 가장 큰 굴욕은 일단 어찌 말은 걸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을 못 알아듣는 것에 있다. 간단히 답해 주면 좋은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막 쏟아낸다.

모를 땐 웃음으로 때우는 것이 상책, 대충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부끄러움은 내 몫이 아닌 듯 뻔뻔하게 돌아서 온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기 하지만 남편이 하도 겁을 줘서 버스를 타고 햄버거 가게를 갔다. 여기서도 맥도날드, 버거킹, 파파존스, 피자헛은 쉽게 보이고 그 외 햄버거 가게들도 많다.

여기는 사람들 신체가 거구이다보니 햄버거도 빅사이즈가 있다. 나는 주니어 사이즈를 주문했는데도 한국햄버거보다 커서 다 못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눈길에 난 발자국을 따라 걸어 돌아왔다. 마트를 들러 저녁거리를 몇 개 샀는데 마트에서 한 미국할머니와 코너에서 자꾸 여러 번 마주쳤다. 이곳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여도 눈만 마주쳐도 미소를 띄우고 I'm sorry를 연발한다. 같은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를 일이 있어도 앞 사람이 고르고 갈 때까지 뒤에서 기다린다. 상대방에게 절대로 폐를 끼치려 않으려는 배려가 외로운 나에게는 배려를 넘어 철저한 개인주의의 산물로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 사람들에게는 기다림은 예의고 미학인 듯하다. 좀 놀라운 건 걷고 있는 사람 옆으로 차는 절대 서행하며, 아예 저 멀리서부터 멈춰서 다가오지를 않는다. 보행자를 잘 관찰하기 위해서 미국의 차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은 썬팅도 금지되어 있다.

방금 그 할머니와 헤어지는데 have good day! 하길래 나도 have good day했더니 I will로 응답해주었다.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말에도 ‘I will"이라며 세심한 답변을 잊지 않는 모습이었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이렇게 차츰 여기 문화에 익숙해 가는 것도 언어를 익히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미국까지 와서 영어공부 한답시고 집안에서 책을 펼치고 있는 건 영어회화에 대한 모독이지만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오지에서 나와 이야기 해 줄 사람을 어떻게 찾는담.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눈밭의 하이에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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