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텍쥐페리, 오디오북 윌라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나는 이제서야 읽었다. 이 책의 진면목을 알았더라면 나는 진즉에 읽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문체와 비행을 하면서 묘사한 장면들이 너무나 신선한 나머지 당장 지류로 읽고 싶어졌다. 듣고 또 들었다. 똑같은 내용을 자꾸 들어도 지겹지 않았다.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좋았다. 생텍쥐페리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더 몰입이 쉬웠다.
소설 속 리비에르는 우편기 야간비행을 주도하고 있는 소장이다. 1920년대 당시 유럽의 각 우편물들은 선박, 철도 등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우편기가 그에 비해 훨씬 빠른 수단이긴 했지만 당시의 비행기 기술로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날씨도 예측하기 힘든 시대라 야간비행을 폐지하자는 주장들도 확산되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소장 리비에르는 철저한 사명감으로 우편기 야간비행을 고집한다. 그 일이 없어지는 걸 막기 위해 말단 잡역부에게조차 작은 실수 하나 허용하지 않고 냉철한 징계를 서슴치 않는다.
인간은 반죽 가능한 천연 밀랍과 같아서 질료에 영혼을 불어 넣고 의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떠한 사정도 감안해선 안 되며 어떠한 이유로도 착륙지연은 허용해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본인이 조종사들에게 의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경한 상사이지만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이며 의무는 사랑의 감정보다 더 위대하다고 여겼다.
무자비할 것 같은 그이지만 때로는 연민, 동정이라는 감정 앞에서 흔들리며 고뇌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 나간다. 폭풍으로 조종사가 실종되는 사건이 있은 그 다음날도 그는 어김없이 정시에 우편기 이륙을 명령한다.
앙드레 지드의 서문으로 책은 시작되었다. 1920, 30년대 유럽은 행동주의 작가들의 활동이 왕성하게 시작되고 행동주의 작가란 인간의 행동이나 모험에 가치를 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쌩텍쥐페리였으며 그는 모험을 행동으로 옮기고 그 행동을 작품으로 옮긴 대표적 작가다. 인간의 의지와 자기 극복, 한계를 뛰어 넘는 고귀한 정신 등에 승리라는 태그를 붙였고 그런 승리를 위해서는 연민, 동정보다 더 위대한 것이 바로 의무감이라고 한 소설 속 리비에르의 고뇌가 이러한 역사 속 트렌드를 알고 나니 더욱 낱낱이 이해가 되었다.
*추천대상
-쌩텍쥐페리의 작품 어린왕자만 읽으신 분께
-직장에서 상사에 대한 혹은 상사로써의 냉정함과 연민 사이의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보신 분께
-두꺼운 소설이 부담스러운 분께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을 찾고 계신 분께
-난해한 소설을 싫어하시는 분께
-노력, 극복, 의무감, 규정준수 이러한 단어에 거부감이 없는 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