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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Sep 03. 2021

나에게는 이상한 남자만 꼬여

단편소설 1

등 장 인 물
남자1. 1년 전 들이대던 나이 40먹은 사람. 나이와 얼굴이 매치가 되는 외모와 차림새. 요즘 보기 드문 남자긴 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으로 들이댔으니까. 그러나 순진함과 스토커는 한발 차이. 좋게 좋게 거절을 몇 번이나 했다.


'똑'


희미하게 들렸다. 누군가 사무실 입구에서 노크하는 소리. 보통  번의 노크는 택배 기사님의 알림이었다. 중요한 물건  없었다. 나중에 확인하려고 그대로 앉아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러다 3 정도가 지났을까. 아까와 같은 무게의 소리로 '  '하는 소리가 들렸다. 민원인인가 보다. 근데  들어오지 ? 재빠르게 구두로 갈아 신고 마스크를 썼다.


, 많이 보던 얼굴. 1   새끼다.  새끼가 이제 사무실로 직접 찾아온 것이다. 아는 척을 해야  말아야  어지럽다가 그냥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주소를 잘못 변경해서 여기로 우편물이 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주소를 잘못 적었거든요. 여기 호수로요'

'제가 담당하는데, 다른 사람 우편물은 온 적이 없네요'

'아 그래요? 제가 여기 406호로 주소를 적어놓았는데... 우편물이 왔을 텐데..'

'아무것도 온 게 없어요.'


나보다   건물에서 오래 직장생활을 해놓고, 우편물을  뜬금없이 우리 사무실로 주소를 변경하는지 말이  된다. 대답했는데도 자꾸 돌아가지 않고 같은 말을 늘어놓길래 용건이 따로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럴 거면 밖으로  불러야지  회사 안에서 난리야. 아니 밖이면 내가 안나 갔겠지.


몇 분을 대화만 하고 있으니까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 이쪽으로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 새끼는 또 같은 말을 반복하고, 직원들로부터 나와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 여러 명의 시선이 따가웠는지 금방 자기 사무실로 다시 돌아갔다.


저 미친놈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우편물이 잘못 오면 사무실에서 반송하지 그걸 가지고 오겠냐? 아 이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해봤자다. 쟤는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류다. 내 옆의 직장동료가 누구냐고 묻길래 같은 층에 근무하는 직원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아울 씨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괜히 헛소리한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럴 때마다 뒤통수가 따갑고 무서워진다. 언젠가 더 가까이에 올 것 같다.


TMI=사이코징조 아닐까

갑자기 차단한 저 새끼의 프로필을 찾아본다. 어쭈. 여자 친구 생겼으면서 이런 행동을 하네. 재밌는 애네. 갑자기 카톡이 왔다. 아.. 내가 차단이 아니라 숨김을 했구나. 왜 그랬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또 이런 진부한 방식인가 하다가. 갑자기 몇 개의 메시지가 더 오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결혼 소식. 아 이거였구나. 답장은 안 했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얼마 전에 방송에서 사이코패스한테 한번 답을 해주면 자기한테 반응을 해주는 게 재밌어서 더 문제를 벌인다고 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제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1년 전 저 새끼에 대해서 분명 친구 H에게 말했을 것이다.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카톡 내용을 보여주고 우리는 한참을 낄낄댔다. '개 xx은 꼭 지가 개 xx인 걸 티를 내냐'라고 조롱하는 그 애의 걸걸한 말투가 쾌감을 일으킨다. 나는 왜 나한테 이상한 사람이 자주 꼬이냐고 의미 없는 질문을 했다. 거기엔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물론 있다. 걔를 우스워하다가 반성하고 있는 내 마음을 알아채고 한마디 더 한다.


'역시 우리 아울. 이상한 사람인 거 파악할 줄 아네'

'그렇지? 나는 선택하지 않았잖아. 그때에도! '


판단력만 늘어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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