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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May 17. 2022

인스타그램 어플을 삭제했다

3년 전 삭제, 현재 진행 중

인스타그램 지우기를 시도했던 건 여러 차례 있었다. 인스타가 주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강력하게 나를 사로잡고 있다고 심각하게 인지했었다. 한번 클릭하면 그 관심사대로 끝없이 스크롤을 내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도 모르게 1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스크린 타임의 1/3은 인스타그램인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활동일까? 차라리 친구와 수다 떠는 일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 글은 그동안 인스타그램 중독에서 벗어나기까지 과정이다. 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결국 할 수 있었고. 오히려 좋아졌다. 작은 의심부터 벗어나기까지 약 10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지우고 보니 담배보다 더 해로웠다는 생각이 든다.


첫 시도

홧김에 계정을 지웠다


불특정 다수와의 연결감

처음 보는 사람과 MBTI이야기로 화두를 꺼내듯이, 그때에는 인스타그램으로 서문을 열었다. 새로운 모임에 가서 계정을 공유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재밌었다. 당시에(2010년도, 대학생) 나는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을 더 좋아했다. 인스타그램은 초창기에는 고퀄리티의 사진이 많았다. 단순하고 정리된 UI가 세련됐고 그곳에 사진을 올리면 금방이라도 작가가 될 것 같았다.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 나를 아는  말하는 대화가 불편했다. '아울  이거 좋아하잖아요. 저번 주에 어디 갔었는데 좋았어요?'라고 건네는 시시콜콜한 인사가 소름 끼쳤다. 남들 관심 가지라고 올린  맞는데,  관심을 현실에서 주는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별로 모순적이라는 자각이 없다가, 그런 사건들이 잦아지자 갑자기 500명이 넘는 팔로워 숫자를 보면서  막혔다. 500 모두 나를 아는 척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그게 점점 계정을 가진 나와 현실의 내가 다른 사람처럼 굴었다.

 너는 그냥 좋아요나 누르고 부러워만 해.
현실에서는 친해질 필요 없어.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인스타용 관계가 부담스러웠다. 공개 계정은 나를 팔로우하지 않아도 사생활을 알아볼 수 있으니까 모르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의 일상을 알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겁이 나기도 한다. 당시 친구들끼리도 소개팅에 앞서 그 사람 계정을 뒤져보고, 게시물 만으로 섣부르게 판단하고 놀았다. 재미있었고, 당연한 일상이었지만 누군가 나를 그런 식으로 서로를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 가벼워서 견딜 수가 없다. 결국 계정을 탈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록들이 아까워져서 다시 복구해보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홧김에 지우느라 기록들 생각을 못했다. 후회했다.


곧이어 실패, 그래도 조금 달라진 사용법


다시 계정을 만든 건 일주일도 안되서였다. 전과는 다르게 비공개 계정으로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소수와 연결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친구 중에 인스타그램을 하고, 그중에 친한 사람으로 고르자니 열명 남 짓이었다. 완전히 내 어린 시절을 알고 가족을 아는 그런 친구들에게만 알렸다. 여기에 올리는 게시물은 애들에게 안부 편지를 쓰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친구들의 게시물을 볼 때 부러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 정도의 비교는 감내할 수 있었다. 모든 일에 일일이 비교할 수 없지만 내가 감당할만한 비교라면 친구들의 잘된 소식은 축하해 해주고 싶었다.  


인스타그램 잘 사용해보기

광고를 피하기보다 나를 광고하는 법


광고, 광고를 위장한 콘텐츠, 대놓고 광고, 광고하기 위한 계정이 무분별해졌다. 광고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의 행위가 다시 무엇을 사야 하고, 소비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을 준다. 가만히 앉아서 스크린에서 사진을 보는데, 수만 가지 생각이 든다. 주로 부러움, 비교, 그걸 하지 못하는 나의 처지 비관이 주다. 누군가는 잘 사용하겠지만 나는 그런 면에서 취약했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으면 트렌드를 쫓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에 공개 계정으로 다시 계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쓸모없는 짓이 아닌 유용한 일로 사용하고 싶었다. 평소에 책도 자주 읽는 편이라 서평만 올리는 계정으로 정했다. 일관된 관심사로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겼다.


책 계정 @kimowl_books


1.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다.

2. 읽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쓰고 싶어졌고, 어떤 글을 50만명이 보기도 했다.

3. 다른 사람들의 독서기록을 보자니 책을 선택하는 장르의 폭이 넓어졌다.

4. 책 계정이라니... 왠지 있어 보인다.

5. 여기에 쓴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이 글을 카카오뷰에 공유해서 커피값도 번다.

월 100%씩 오르면 저 부자되나요?


불특정 다수와 이야기하게 된다면 나는 그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니 편했다. 책 계정에서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일이 좋았다. 책을 읽는 이유가 리뷰를 쓰기 위해서, 과시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라는 여러 가지 이유가 동기부여가 된다. 일단 책을 읽는다는 건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확신이 있기에, 독서하는 이유가 자기 계발이던 허영과 과시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 계정을 운영하면 남자한테 좀 먹히냐고 장난치는 친구도 있었는데, 남녀 모두 먹히지 않을까? 최소한 내가 책 읽는 사람들에게 반하니까.


TED에서 조셉 고든 레빗이 '관심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관심을 쏟는 일에 집중하라'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의 폐해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그 조차 SNS에서 읽는다. 어찌됐든 관심에 관한 카테고리 라면 관심을 받는 것보다, 남의 관심사를 궁금해하는 것보다, 내 관심사에 집중하는 일이 맞다.



인스타그램 업로드 과제 수행처럼

번거롭고, 신중하게


개인 비공개 계정, 책 리뷰 계정을 운영하자 유익하게 사용하는가 싶어도 결국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됐다. 원래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교묘하게 더 중독되고 있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핸드폰에서 어플을 삭제했다. 효과가 분명했다. 처음엔 사파리로 들어가고, 컴퓨터로 접속하고 구경했지만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스크롤을 손가락으로 내리며 오랜 시간 빠져있을 순 없었다. 컴퓨터로만 구경해도 별 재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일은 과제를 수행하는 일처럼 바꿨다. 어플은 아이패드에 설치했다. 아이패드는 가지고 다니지 않고 집에서만 사용했다. 그렇기에 게시물 하나를 업로드하려면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고 그걸 에어드롭으로 아이패드에 옮기고, 리뷰로 남길 글은 노트북으로 메모 앱과 연동했다. 책 계정에 하나를 업로드하려면 전자기기 3대가 필요하게 바꿨다. 도저히 번거로워서 게시물을 올릴 생각이 줄어드니까 남의 게시물 보는 것도 자연스럽게 귀찮아졌다. 다짐을 했으면 환경 개선이 99%라고 믿는다. 내 의지는 너무 나약해서 단 10%도 의지만으로 발휘를 못한다.


현실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스타를 열렬히 하지 않는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보니, 내가 인스타를 하지 않아도 정말로 괜찮았다. 거의 10년간 SNS에 중독처럼 하루에 1시간 이상을 사용하다가 그 짓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지낼만했다. 내 업무가 인스타를 하지 않아도 되서 감사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을 하지않으면 인간관계에 소외되거나, 협소해질까봐 걱정하기도 했는데. 이마저도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친한 친구들은 인스타에 별 관심이 없었다. 특별한 날에 가끔 올리긴 해도, 만나서 사진에 집착하고 중요한 소식을 인스타로 먼저 접하지 않았다. 은연중에 나도 그런 친구들을 닮고 싶었나 보다. 인스타 하지 않은 요즘의 내 생활방식이 더 생생하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궁금하면 인스타를 가보는 게 아니라 전화하고 연락하는 내 모습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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