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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May 25. 2022

상쾌한 아침을 위한 몸서리

직장인 아침 루틴

아침에 기분이 더러운 편이다. 조금 순화된 표현을 쓰자니 저 단어 외에 꼭 맞은 게 없다. 기억이 안 날 만큼 오래전부터 더러웠다. 바로 알아채지 못한 건 하루 중 대부분이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고 아침은 특히 심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하겠지'하고 더 이상 깊게 하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지고 싶었다.

이런 감정의 패턴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충격을 받게 된 건 같이 사는 동생과 아침과 저녁의 대화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 후였다. 아침에는 별거 아닌 일에 내가 소스라치게 짜증내면서도 저녁만 되면 아무렇지 않아 지기를 반복했다. 아침에 티격태격 하는 건 순전히 나때문이었다. 매번 만만한 동생한데 시비거는 내가 유치해서 견딜 수가 없다.


출근할 생각에 예민해진 건 아니다. 월요병도 없는 감사한 직장생활을 영위 중이다. 비교적 건강하고 요즘의 일상이 만족스럽고 남부럽지 않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 원인에 대해서 분석해보기를 그만뒀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 집착하기나 하지, 그걸 개선해 나가는 행동은 굼뜨고 있었다. 이유를 찾더라고 중요한 건 확실히 결과로 달라져야 했다. 원인은 한번 하고 행동은 계속해서 고쳐나가야 하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어제 안 좋은 일이 있었거나,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다 보니 긴장했고 그래서 아침에 예민해졌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민한 이유는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싶은 의욕적인 마음도 가득하다는 의미다. 아침에 잠깐 각성되는 이 감정도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짧게 끝내고 대체로 괜찮은 기분을 누리고 싶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냈다.




규칙적인 기상, 아침 6시 알람이 울린다

'오늘도 여기서 빛날 이야기'라는 문구와 함께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는 것, 그리고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커튼을 치지 않고 잠든다. 아침 햇살에 자연스럽게 깨어나는 몸의 반응이 좋다. 쏟아지는 햇살에 1분이라도 먼저 일어날 때가 그나마 괜찮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머리맡 알람 소리가 싫다. 그래도 내가 못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매일 설정해둬야 한다. 단 30초라도 먼저 일어나면 하루의 시작이 성공적이다.



생각의 전환 - 사소한 일을 위대하게 해내기 위한 다짐

오늘 하루에 대한 나의 다짐 읽는다. 좋아하는 문장과 내가 바라는 삶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들을 기록해둔 메모장을 확인한다. 최근에는 루즈벨트의 연설문을 읽고 있다. 브레네 브라운의 강연을 듣고 나도 좋아졌다.


이익을 따져대는 비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강한 사람이 어떻게 걸려 넘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었는지 지적하는 사람도 아니다. 실제로 경기장 안에서 싸우는 사람, 먼지와 땀 그리고 피로 망가진 얼굴을 가진 그 사람이 중요하다. 용맹하게 분투하는, 실수하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곤경에 처하는 사람 말이다. 왜냐하면 실수와 단점이 없이는 어떤 노력도 없기 때문이다.  
...
그는 최고의 성취, 환희를 알 것이다. 설령 최악의 경우라도 최소한 과감히 도전하다 실패했으므로 결코 승리도 패배도 모르는 냉소하고 소심한 영혼을 지닌 자들과 함께 견줄 수 없는 그런 사람의 몫이다.


비장해지는 연설문을 읽고 나면 내 삶의 반복되고 작은 일들이 경기장이라는 걸 인식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해결해 맞서지 않으면 난 작은 일에도 도전하지 않고, 피하기를 일삼는 비겁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두려움도 가진다. 연설문을 읽으면 나의 긴장이 쓸모 있어진다. 경기장에 나가기 전이니까.


운동은 순전히 기분 때문에 한다.

바로 화장실로 향한다. 양치를 하고 입을 헹구면 어느 정도 정신이 맑아지는데, 이때에도 거의 잠결에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과격한 요가보다 누워서 시작해서 앉아서 끝나는 동작이 좋다. 충분히 창가의 햇살을 느끼며 몸에만 집중해본다. 그리고 2가지 운동 영상을 더 해서 총 30분 정도로 끝낸다. 특히 마지막 운동은 엉덩이 운동이다. 사무 인간으로 반드시 해야 할 운동이라서 넣었는데, 매일 이 시점에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을 3초 만에 이기고 다시 10분간 운동을 끝냈을 때, 아침 일찍 느끼는 성취감은 '더러운 기분'을 없애기에 가장 효과적이다.



회사로 가져온 커피

현재와 미래의 즐거움 '커피'

좋아하는 커피를 내린다. 2분 40초간 커피를 내리면 집안이 온통 향긋해진다. 텀블러에 얼음을 담아 커피를 가지고 출근하면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다. 오전에 커피를 마시며 일할 생각, 일할 때 맛있는 커피가 있다는 든든함을 느낀다. 커피는 내리는 행위부터, 냄새, 맛, 그리고 마시게 될 미래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 좋다.


(불안의 책을 읽으면 덜 불안해진다. 나보다 미친 듯이 더 불안해 보이면서도 그걸 방대한 글로 풀어내는 페소아를 보면서 글을 쓰고 싶은 욕구도 더해진다.)


긴장되면 오히려 대범한 말, 여유로운 말 하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아침에 내 기분이 더럽건 말건 말은 곱게 하자는 것이다. 그냥 더 웃어본다. 즐거운 사람처럼 굴어보고, 웃으면서 밝게 이야기한다. 약간 억지스럽긴 해도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공유되면 다시 나에게로 온다. 내 선에서 끊어내야 한다. 결국은 나에게 좋은 일이 된다.


기분이 더럽다고 해서 더러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는 그런 기분이 잠시 들뿐이고, 없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원하는 일상을 꾸려갈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 본다.  감정보다 나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한다.




이 방법 외에도 명상, 독서, 아침 일기, 아침 격렬한 운동, 아침밥을 먹는 걸로 시도해보기도 했으나 꾸준히 하기가 어려웠다. 꽉 끼는 옷처럼 불편한 기분만 더해졌다. 계속 고쳐나가면서 나에게 남은 습관들이다. 쓰고 보니 굉장히 피곤하게 사는 것 같아보인다.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지만 실제로 스트레칭, 커피, 문장 읽기 정도는 매우 쉽고, 짧은 시간 내로 해낼 수 있다. 이걸 하지 않아도 기분 좋은 사람들이 부럽지만 나는 이걸 해야만 좋아진다. 나는 평생 다양한 자극을 느끼고, 온갖 일에 감동을 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2분 40초간의 커피 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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