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울 Nov 22. 2022

어렵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져도 해내자. 나는 안 할 거 아니니까 쉽게 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환경 조성이 8할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쉽게 만들어서 일을 마치게 해야 한다. 일, 운동, 습관, 다이어트, 취미 모두 적용된다. 이건 쉽게 어려운 일을 해내는 여정이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어렵다는 생각 자체 때문에  힘겨워진다. 해보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일이 더 많다. 하지만 그 건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함으로 달려가는 데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다. 다만 나는 그 긴장도가 높다. 


이런저런 핑계로 어렵다는 믿음이 확실해지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실망하고 싶지 않고, 손해 보거나, 남에게 실패를 들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건 행동하지 않는 건 실패보다 더 실망해야 할 일이다. 얼마 전 우연히 '지식의 취향'이라는 유튜버를 알게 됐는데 실패의 아이러니함에 대해 들었다. '실패의 아이러니가 있다. 실패할 걸 예상하고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를 확정 짓는 결정적인 이유다'라고 말했다.


어려움은 실제로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확실한 건 아니다. 어렵다는 핑계는 설득력이 빈약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은 해봐야 한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마음은 확실한데 어렵다는 불확실한 추측으로 포기하면 안 된다. 어려워도 쉬워도 할 건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래도 쉽게 해낼 수 있던 일들이 있다. 

왜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는지 떠올려봤다.


직장생활을 시작할 초반 있었던 일이다.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할 일이 있었다. 처음 주어진 일이가 책임과 부담감이 컸다. 다들 걱정과 응원을 해주셨지만 마음이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전에 이 일을 해봤던 분이 지나가듯 한마디를 건넸다. '아 그 일 어렵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냥 그렇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일이 쉽게 느껴졌고 잘 끝냈다. 준비하는 마음이 가벼워져서 일을 대충 한 것은 아니다. 안정된 상태로 차분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쉽다는 말 한마디, 그 말을 신뢰하면 얼마나 강력한 생각이 되는지 아직도 신기하다.


그때부터 어렵다고 생각하면 억지로 '쉽다'라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미 끝난 상황에서 내가 이 일을 쉽게 여길 게 뻔하다고 상상해보기도 한다. 이 일을 직접 해본 사람이 '쉽다'라고 말해주면 좋겠지만 그 사람이 매번 제때에 나타나 요정처럼 말해줄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읊조리는 방법을 써봤다. 주문, 기도, 암시, 최면처럼 말이다. 최근에 평생 어렵다고 느껴진 영어에 대한 도전적인 시도가 있었다. 외국인을 상대로 1시간 반 동안 도예 수업을 진행했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 못할 일이라고 두려워만 했겠지만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걸 준비하는 내내 '쉬울 걸? 생각보다 쉬울 지도' 하는 억지 자신감을 부채질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쉬웠고 심지어 재밌었다. 


이런 방법이 앞으로도 효과적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외국인을 만난 이후로 '쉽게 생각하기'가 주문만으로 되진 않는다는 걸 알았다. 쉽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보고, 쉽다고 말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쉽게 하기 위한 과정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쉬워질 것이다. 내가 클래스 진행하기 위해 문장을 100개 외웠지만 사용한 건 10개 되었나.. 하지만 100개를 다 외워서 연기하듯 말할 때쯤에는 얼마나 더 재밌으려나 기대된다. 요즘은 영어 어렵게 배우지 말자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얼마전 다른 분야의 예술가를 만나더 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가르칠때 사용하는 말이 많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역시 해본 사람은 안다.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하기 전보다는 쉽다는 것을. 그 확신을 자주 느끼며 살고 싶다.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 보통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연막에 불과하다. 내가 보기에는 개인과 사회의 기본 문제 대다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이런 문제가 너무나도 복잡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실제로 중요한 문제에서 자신의 사고력을 믿고자 하는 용기를 심지어 의도적으로 빼앗기 위한 것이다.
에리히 프롬


매거진의 이전글 집을 마련한 기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