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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Nov 20. 2022

집을 마련한 기분

사진있음.

이렇다 할 꿈을 이룬 적은 없었다. 대학도 취직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고 싶으면서도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인생의 대부분은 되는대로 살아왔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짜로 바라는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내 집 마련'이었다. 30대가 되니 그 욕망이 더욱 거세졌다. 완벽한 독립된 공간.


한편으로 내 집 마련을 하고 나서 허무해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 무모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컸다. 서른 언저리부터는 힘든 마음이 생길 때마다 '자기만의 방'이 없어서 그렇다고 믿어버렸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저축, 저축, 저축뿐이었다. 그런데 "모아서 언제 집을 어떻게 사?"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걱정은 늘 있었다. 답은 자기 수준에 맞는 집을 고르고 만족해하는 것뿐이다.  


아무튼 사긴 샀다. 그 후 내 마음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건 내가 바라던 행복보다 더 감지덕지한 일이다' 주변에서 갑자기 샀다고, 이렇게 알아보고 나서 빨리 결정할 줄은 몰랐다고 했지만 나는 꽤 확신이 있었다. 당시에 두 명의 친구에게 말은 했고, 부모님에게는 통보를 했다. 한 명은 더 알아보라고 했고, 한 명은 더 좋은 곳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어차피 내 선택이다. 사실 친구들이든 누구든 많이 물어보면서, 이것저것 견주어 보길 잘했는데 그런 식으로 살아와서 좋았던 게 딱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 언젠가 결정은 외롭게 혼자 내려야 할 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살 집은 더더욱 그랬다.


 달간은 게스트하우스에 놀러  기분이었다. 모든 것에 익숙해져야 하기에 집에 와서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됐다. 행복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했다.  대출이자를 정기적으로 갚아야  경제적 능력, 질리지 않으며 살아갈  있는 공간, 건강한 밥을 먹으며 쾌적하게 글을 쓰는 부지런함은 필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집보다   꿈을 꾼다.


시골집 창고에서 발견한 라디오와 조명


과일도 많이 챙겨먹는 중이고
비오면 향도 피우고
침대는 퀸이여야 한다고요


식물은 이게 전부
아끼는 부엌
이런 큰 꽃나무도 사봤고
심심하면 여기저기 바꿔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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