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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Nov 09. 2022

아플 때 드는 반복적인 생각

나는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크게 사고 난 적, 아파했던 적이 없을 만큼 건강을 자부했다. 웬만한 감기도 1년에 한 번도 겪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최근 사이에 건강에 대해 겸손해졌다. 조금 무리한 스케줄이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꼭 한 번씩 약한 부위로 통증이 온다. 교통사고를 크게 난 친구가 비오기 전에 무릎이 아프다며 일기예보를 맞춘 것처럼, 나는 미리 아플 것을 짐작하기도 한다.


통증이 오면 상황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이 정도 출장이 무리했나? 문제가 있다면 날씨를 확인하지 못해 추위에 오래 떨었다. 이틀간 과식에 술에 지나친 음식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물도 거의 안 마시다시피 했었다. 기차가 아니라 버스를 타는 건 이제 체력적으로 못할 짓이다. 일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스케줄에도 평소에 하던 습관들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아침 스트레칭 30분이나, 점심에 걷기 같은 사소한 운동을 하면 괜찮아질 것 같다.


평소에는 급격히 지루해지면 아파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프면 다시 건강한 삶을 기다리기에 지루한 일상조차 그리워진다. 여행을 다녀오면 마지막 즈음엔 늘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던 것처럼 말이다. 출장 중 여러사람을 만나면서 들었던 사적인 이야기들도 내 삶과는 절대 바꿀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를 사랑하게 됐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이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못살고, 나도 타인의 삶을 절대로 감당해내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질 수 있는 짐만 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완전히 말끔하게 건강해진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고, 맡은 일을 더 탁월하게 해내고 싶다. AI처럼 정해진 스케줄도 의욕적으로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일도 또 오래가지 않아 무슨 일로 방해받을지 모른다. 할 수 있다면 잘 해내고 싶다. 그저 살아 있기에, 걸을 수 있기에, 움직일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다. 아프고 나니 행복의 역치가 낮아져서 대체로 다행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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