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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Dec 02. 2022

빌런과 인정 욕구의 관계

액셀 호네트, 인정투쟁

빌런에게 차라리 인정받고 싶을 때가 있다. 복수의 칼을 갈고 망신을 주고 싶다가도 그건 나에게 도움이 안 되니까 차라리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려야겠다 하고 말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빌런이 인정하는 것은 자칫 내 일의 방향성이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인정투쟁을 쓴 악셀 호네트학자에 따르면 인정을 바라는 건 내가 이미 상대를 인정하고 난 이후의 일이다. 우리는 내가 인정한 사람에게서만 인정을 요구한다. 인정은 상호작용이라고 말한다. 그럼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그 빌런이 인정받을 만한 자격이 있나?' 지금 떠오르는 빌런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자격이 없기에, 인정받을 필요 없다. 


인정받기를 그만두면 오히려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다. 빌런과 좋은 사람들은 늘 여기저기 한 데 섞여있기 때문에 빌런 덕분에 감사하고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의식적으로 무시하려고도 하고, 피하려고도 하고, 내 일에 집중하려고 애쓰지만 점차 이 것도 익숙해지게 되어있다. 대부분 어렵고 불편한 건 낯설어서지 힘들어서가 아니다.


모든 것이 편한 상태로 흘러갈 수 없는 건 굉장히 쓸모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여러 곳에서 펼쳐지니 오히려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내 예측대로 사는 건 편하지만 진짜 그렇게 굴러간다면 금세 지루해져서 그만둘지도 모른다. 장애물이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어야 퀘스트를 깨 가면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유독 거슬리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살펴보면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캘리 맥고니걸은 스트레스가 오히려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게 되면 오히려 더 치열하게 내 몸의 호르몬들이 움직이다. 내 의지만으로 그 일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것도 지나갈 일이다. 그래서 캘리는 편한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누구 때문에 못하겠다'라는 말은 안 할 거다. 빌런이라는 허상을 만들어서 내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건 치욕스럽다. 감정은 지나가고 내 할 일은 언제나 남아있다.




<<  지난 글 


>> 참고한 자료

EBS 위대한 수업/ 악셀호네트-인정투쟁

TED / 캘리 맥고니걸-우리가 몰랐던 스트레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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