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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l 26. 2023

결혼하면 좋을까요?

나의 결혼관

"언니, 결혼하면 좋아?"

"응. 평생 같이 놀 친구가 생긴 거니까"


사촌언니에게 결혼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언니는 별거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언니가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나. 이성친구도 이성보다는 친구라는 관점에서 더 생각해 보게 됐다.  평생 같이 놀 친구라면 어때야 할까?


일주일 정도 친한 친구와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깊게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해외에서 우리 둘 만 붙어 다니며 안 되는 영어를 해가며 돌아다니는데, 싸우지도 않았고 편안하고 즐겁기만 했다. 이 정도로 잘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기차표가 취소된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폭우를 뚫고 기차역에 가기도 했고, 멀미가 심해서 해변에서 놀지도 못하고 벤치에 기절해있기도 했다. 친구가 수영하자는데 내가 쉬고 싶다고 말하면 친구는 혼자 다녀왔다. 원하는 걸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대학 동기 S는 꾸준히 하고 있는 필라테스를 보고 나만의 운동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중학교 친구 K는 고향인 시골에서 일하면서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 그걸 보고 열심히 저축만 해서 몇 년 후 내 집을 마련했다. 고등학교 기숙사 친구 H는 회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쉬는 날마다 여행하며 지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10년 동안 퇴사하지 않은 친구는 진급에 맞춰 좋은 차로 바꾸기도 했다.  


나는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뭐가 더 나다운 모습일지 친구들을 보면서도 자극받았다. 그래서인지 어떤 때에는 이런 친구들과 같이 사는 것도 꿈꿨다. 할머니가 되면 최소 같은 도시에는 살자고 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늙어서도 지금처럼 배 아프게 웃으며 지낼 거라도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가득 두고서도 이성관계를 조금이라도 '친구'라고 여기지 않았었다. 나와는 다른 남성의 이미지만을 상상했다. 한때는 마초였다가 조금 지나니 다정한 남자였다가 수시로 변했다. 이렇게 계속 바뀌는 데 누굴 만나서 결혼이나 할 수 있을지 싶었다. 언니의 말을 듣고 그동안 내가 친구 아닌 사람들과 연애하느라 고생 참 많이 했다. 친구를 찾자니 생각보다 가뿐해진다. 내가 또 좋은 친구를 놓치지는 않는다. 그런데 친구들은 가끔 만나지 않나. 언니가 말한 대답에서 '평생'이라는 수식어에 또 꽂히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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