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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n 28. 2023

연락 안할거면 왜 연애하나

적절한 연락 빈도가 있나

우리는 썸 탈 때부터, 사귀고 나서 극 초반부터도 하루에 카톡 10개도 안 했다. 이제와서 고백하자면 오히려 연락을 자주 할까 봐 걱정했다. 알고보니 남자친구는 '자기를 배려해서' 연락을 자주 안 하는 거라고 짐작하기도 했었다. 이것조차 배려라고 생각하는마음이 고마웠다. 나는 억지로 적게 한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했다.


데이트 후에 집에 오면 매일이 그야말로 떡실신이 됐다. 내가 남자친구에게 진짜 집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건 만나서 확신을 갖게 된 거지 연락의 빈도랑은 상관 없었다. 남자친구는 핸드폰을 눈에 띄게 확인하지도 않았고, 업무 외 통화가 자주 오는 사람도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의 연애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연락을 많이 안한다고 했더니 '그럴 거면 연애를 뭐 하려 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무례한 태도가 아니라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말이었다. 회사에서는 일을 하겠고, 퇴근 후에 할 일을 마치고 전화는 한다고 대답했다. 그 정도로 충분했고 그 사이사이 연락을 절대 주고받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내 연애가 이상한 취급받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냥 그러고 말았다. 내 마음을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흔히 떠도는 말 중에 연락과 사랑의 정도가 비례한다는 말이 많다. 대부분이 연락하지 않으면 관심이 없다느니, 연락의 정도가 사랑의 크기라느니 쉽게 말한다. 이 말을 20대 초반엔 믿었다. 그래서 난 연애를 못하겠구나 하고 혼란스러워했다. 매일 카톡 알람이 울려대는 걸 감당할 수가 없었다.


사랑의 모양은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도 ‘사랑하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말들이, 설득력이 참 부족한데도 은근히 의무감을 씌운다. (좀처럼 무거워져서 연애를 어떻게 하냐고.) 그냥 어떻게든 사랑하면 된다. 각자의 사랑을 만들어가면 된다. 내 사랑이 어떻게 보이는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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