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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ug 29. 2023

감쪽같은 꽃말 지어내기

꽃 선물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B는 의미 없는 날에도 불쑥 꽃을 건넨다. 차에 타보니 조수석에 있어서 깜짝 놀라면 자기 것이라고 우긴다. 

나는 잘도 뺐어온다.


B가 주는 꽃에는 특징이 있다. 여러 꽃이 조화를 이루는 꽃다발이 아니라 꽃 종류 하나를 한 다발로 준다. 집에 가져와서 화병에 다시 꽂아야 하기에 잎을 떼고 줄기를 자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일이 하나 생겼는데 이 수고가 즐겁다. 문구가위로 자르다가 손마디가 아프길래 꽃가위를 사고 싶어 졌다. 장비를 사기 시작하면 강제로 꽃을 조를 지경이 될까?


꽃꽂이를 할 때면 B가 꽃을 샀을 때를 상상하게 된다. 선물은 늘 물건 그 자체도 좋지만 거기에 담긴 이야기 덕분에 더 즐겁다. 이 꽃을 고른 이유를 말해주고 화원의 주인 할머니와 나눈 대화도 마찬가지다. 다시 생각해 보니 기억이 안 난다. 어떤 작은 장미 하나가 에그타르트였던 건 분명하다. 늘 금세 잊어버린다.


B도 마찬가지였는지 어느 날은 꽃말을 지어내다가 들키기도 했다. 수상하다고 갸우뚱하면 바로 이실직고한 후 검색창을 연다. 그리고 전혀 다른 말인데 비슷한 걸로 퉁치곤 한다. 요즘엔 꽃말 알려주기를 건너뛰고 있다. 이제 내가 지어낼 차례인 것 같다. 그럴싸한 문구들을 미리 공부해야겠다. 안 들킬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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