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울 Aug 31. 2023

담배에 취약한 인간

비흡연자가 말하는 흡연에 관하여

길을 걸을 때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버릇이 있다. 맞은편에 걸어오는 남자가 오고 있으면 곧장 손으로 시선이 가는 일이다.  그의 손에 담배가 있는지 확인한다. 남자라고 한 이유는 걸어가면서 담배를 비우는 여자는 자주 보지 못했다. 앞으로 많아지면 여자들의 손을 보는 습관도 생길 것 같다. 행인의 손에 담배가 있다면 바로 길을 건넌다. 자칫 스치기만 해도 머리카락에 냄새가 스며들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숱도 많고 주로 풀고 다녀서 특히 위험하다. 


담배 냄새를 피하기는 조금 쉬운 편이지만, 침을 뱉는 행위를 보지 않는 건 난이도가 꽤 있다. 워낙 순식간이라 노력이 무의미하다. 그냥 운이 좋아야 보지 않을 수 있다. 얼마 전에 건물 밖을 나오는데 비 때문인지 문 바로 앞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있었다. 빨리 지나치려고 했던 순간, 그 사람이 침을 뱉는 바람에 소리를 지르게 됐다. 너무 크게 놀랬나? 이걸로 싸움이 날까 봐 괜히 무서워졌다. 




미디어에서는 담배가 남성미, 마초, 섹시함과 연결 지어 보여주는데 연기를 내뿜는 그럴싸한 장면 말고 빠뜨리는 게 있다. 흡연하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침 뱉는 행위이다. 멋있는 캐릭터는 연기를 내뿜는 장면, 동네 양아치 캐릭터는 담배를 피우는 동시에 침 뱉는 행위도 보여준다. 알다시피 흡연자들은 주로 두가지 행위를 모두 한다.


그런데 흡연자들에게 궁금한 게 있는데, 바닥에 아무렇게나 자신의 분비물을 퍼뜨린 걸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는 공중위생 도덕 같은 개념은 어릴 적부터 배운다. 코를 풀 때 휴지나 손수건으로 풀고, 기침도 입을 가리면서 해야 한다. 이상하게 흡연자들의 침은 그들끼리도 용인되는 분위기다. 어쩐지 이상한건 나조차 흡연자들이 침을 휴지에 뱉어서 휴지통에 넣는 건 어색하다. 


우리나라는 흡연 구역이 매우 적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흡연구역이 없다고 해서 안 피우지 않는다. 어느 곳에나 암묵적인 흡연 구역이 있다. 본사 건물 20층 언저리 계단은 담배 소굴이기 때문에 계단을 이용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사무실에 입주한 건물은 바로 옆 마트로 이동할 수 있는 문이 있는데 그 사이가 암묵적 흡연구역이다.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늘 쾌적하지 않은 바닥이 찝찝했다. 담배꽁초와 침으로 인해 바닥이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나는 침이 없는 그나마 깨끗한 부분을 유심히 찾아 밟는다. 이미 뒤덮인 곳이겠지만 얼마 전에 뱉은 침이라도 피해야지. 



ps. 톰하디 사진을 넣으니 나의 고통이 옅어지는 것 같다.기분 탓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타지생활 15년, 이제야 도시에 적응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