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울 Sep 18. 2023

복숭아가 맛있어서 생긴 일

"흘러가게 둔다.

움직임을 지켜본다.

움직임이 끊어지지 않게 연결시킨다."


이런 말들은 요가할 때 많이 듣게 되었다. 요즘 아주 큰 고민이 생겨 친한 친구에게 종종 쏟아내듯 말하고 있다. 털어놓지 않으면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다짜고짜 전화하기 일쑤인데 요즘은 왠지 미안하다.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아서 스스로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약간의 화를 못 참고 아침 카톡으로 친구를 귀찮게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너 왜 이렇게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이었다. 어이없으면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웃음이 났다. 내가 이 암담한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긴 하는 걸까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의지하고 있는 대상이 친구만은 아닌 것 같다. 기계적으로 출근하는 일이 쉬워졌고, 점심에 밥 먹고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요가하는 시간은 늘 위로가 된다. 의지할 대상이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다행이기도 하다. 감정 없는 것에 의지하면 내쪽에서는 얼마든지 추근댈 수 있다. 


오늘도 여전히 아침부터 뭔가에 기대어 살았다. 허기진 아침에 역대급 복숭아를 먹고 너무 감동받았다. 복숭아 이깟게 힘이 된다. 


그동안에는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려면 뭐든지 다 해보면서 맞는 걸 찾아왔다. 이제는 새로운 걸 찾지 않아도, 기존에 지켜온 하루 루틴을 무너뜨리지만 않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은 쉽게 회복된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빨라졌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그렇게 지내다 보면 문제의 본질에도 잘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담배에 취약한 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