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넘어서도 일하려면

퇴사도 사치일 것 같은 예감

by 김아울

이번에는 일로 모인 사람들 중에 유난히 여성들이 많다. 여덟 명 중 다섯이 여자다. 나를 포함한 두 명을 제외한다면 다들 50대 초반이었다. 모이는 날만 되면 일이 끝난 후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마다 주도하는 건 여성들이다.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먼저 일어나겠다는 남자들에게 면박주기까지 하고, 남자 셋은 조용히 듣기만 한다.


저도 중요한 모임을 제치고 이곳에 왔어요


지금까지 세 번의 회사를 거쳤는데 높은 직급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남자였다. 자연스럽게 회식 문화를 주도하는 것도 남자였기 때문에 질보다 양적인 식사, 그리고 술 권하는 곳에 오래 있었다. 회사를 옮겨도 가부장적이고, 군대 같은 문화는 흔해서 이상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세 번째 직장인 이곳에서 벌어지는 조금 다른 변화들이 새삼 낯설다.


얼마 전 친구와 '지루한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각해 보면 변화할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있고, 아이를 함께 키울 수도 있고 독박육아할 수도 있다.


내가 만난 50대 일하는 여성들이 포기한 것은 뭘까? 이 모임에서는 그들이 결혼과 조금 멀리 있다는 게 보였다. 아주 늦게 하거나, 하지 않은 분들이었다. 나는 결혼을 하고 싶은 쪽이면서도 일하고 싶다. 이 둘이 반대의 의미가 아닐 건데, 잘 해낼 수 있을까? 문득 퇴사하고 싶은 푸념도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잘하는 건 성실함밖에 없는데 이게 언제까지 먹힐지 모르겠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할지언정 무슨 일이라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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