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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n 07. 2024

유럽 로망 없애기

바티칸, 비엔나를 다녀와서

바티칸에서 2024.5.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유럽 배낭여행이 유행?이었다. 그 당시 알아봤을 때에는 500만 원이면 한 달을 에어비앤비를 전전하며 숙박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알바라도 하면 못 모을 돈은 아니었다. 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었고, 그럼에도 유럽은 영화나 각종 미디어에서 낭만 가득한 도시로 나왔기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서른이 훌쩍 넘어 최근에 여행을 자주 다니게 됐다. 1년간 유럽 4개 나라. 저번주에는 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당분간 유럽은 안 올 것 같았다. ‘유럽 로망’이 사라졌다.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진작에 마음먹었을 일이기도 하겠지만 난 이제야 그렇다. 물론 프랑스 안 가봤고 영국 안 가봤지만, 브리저튼만 보고도 어느 정도 추측된다. 대충 말고 구체적으로.


유럽에 대해 실망한 게 아니라 과한 자극이 피로했다. 특히 오스트리아와 바티칸은 너무 화려하고 웅장해서 이게 좋은 건가 싶었다. 눈부셔서 인상적인 도시이기도 했다.  물론 우리는 그 당시 서민들이 볼 수 없었던 미술작품이나, 교황이 걸어 다닌 길이나, 귀족이 다니던 정원을 다녔다. 그렇지만 서민들이 길에서 보았을 건축물들도 장식의 향연이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단순히 구경하러 다녔다 무언가에 참여한 게 아니라 보기만 한 것. 젊을 때 아니면 유럽은 힘들긴 분명하다. 여행한다고 안목이 넓어진다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부자들이 이렇게 살았구나 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굿즈샵에서 자석하나 사서 우리 집 냉장고에 붙였다.


여행이 별로였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난 로망이 사라진 마음이 너무 좋다. 직접 가봤기에 ‘별거 아니다’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으니까. 어려워 보이는 일은 늘 걱정한 만큼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얼마나 걱정인형인가 싶다. 뭘 해도 해도 걱정이 얕아지진 않는다. 이 정도면 걱정단짝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에 대해 말하는데, 나는 깊은 산속 우리나라 사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텅 비어있고 여유롭고, 단정한 느낌이 목말랐다. 우리나라는 명산이면 암자가 없을 리가 없는데, 그런 곳이 그리웠다. 어찌 된 일인지 남편은 우리 데이트에 등산이 느슨해졌다며 언제 갈지 계획을 세웠다. 친구 피드에 템플스테이가 떴다. 맞아 나 가고 싶었는데. 여름휴가는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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