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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l 23. 2024

소비보다 경험을 해야하는 이유

북리뷰 행복의 기원

그러니까 그동안 나는 완전히 책이 설명한 대로 뭔가를 이뤄야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에 입각한 말인데, 성취해야 행복하니까 였다. 성취하지 못하면 불행하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관념인 것이다. 하지만 이 관념은 현대에 들어와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성취하면 할수록 행복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행복을 지나치게 '생각'으로 굳힌 게 지나친 오해라는 것이다.


더 찾아보니 철학적으로도 목적론을 뒤엎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살아왔음은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행복에 관한 철학적 논의가 목적론밖에 없다고 단편적으로 해석한다는 반박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없었다.


저자에 의하면 행복은 생존을 위한 아주 일부분의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수단도 아니다. 우리가 생존하는 대부분 생체 시스템은 '자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행복하다는 '생각'에 집중하는 이유는, 생각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알아차리고 나머지는 잘 작동되고 있어도 모르는 채로 넘어간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과하게 집중하고 있다.


"인간만큼 쾌감을 다양한 곳에서 느끼는 동물은 없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쾌감을 먹을 때와 섹스할 때, 더 넓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진화의 여정에서 쾌감이라는 경험이 탄생한 이유 자체가 두 자원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p.111


소비에 경험에 돈을 쓰라고 하는 이유는 경험이 더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래남냐면, 좋은 일이건 슬픈 일이건 3개월까지가 알려진 연구결과다. 나는 물건은 남고, 생각은 빨리 사라진다고 여겼는데 정확히 반대인 셈. 둘 다 사라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슬픔도 성취로 인한 기쁨도 최장 3개월이고, 뭔가를 샀다면 그건 더 짧은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즐거운 압정들'을 일, 인생 여정에서 많이 던져놓으라고 말한다. 한방에 인생 전체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없다.


지금 내가 살아있다면 앞으로 행복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애쓸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필요하면 행복이 느껴지겠고, 아니면 슬퍼할 때인 거겠지. 성취로 인한 행복에 근거가 없으니, 어떤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게 합리적인 생각인 것 같다. 이건 쇼펜하우어의 철학이란다. 조금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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