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울프는 자신의 글에 대해서는 자신 없어했지만, 빵 만드는 솜씨에 대해서만큼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울프는 즉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긍지를 느꼈으며, 불가사의한 물질세계조차 상호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울프에게 빵의 발효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그저 자부심을 느끼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한 실질적인 훈련과 다르지 않았다. "
나는 어릴 적 하고 싶지만 잘하지 못하는 과목이 있었는데 '미술'이었다. 시간표가 나오면 미술과 체육, 음악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먼저 찾았다. 언제나 기다렸지만 나는 잘하진 못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 것 같다. 다행히 이론과 실기 영역으로 나눠져 있어서 점수는 그리 나쁘진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는 그런 과목이 대부분으로 늘어났다. 하고 싶은 게 많아도 나는 늘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건 누군가와 비교해서 그러는 건데, 그 평가는 항상 상대적이라 정확한 잣대인 것도 아니었다. 신방과를 졸업하고 관련업계에서 일하지만 공공기관의 특성상 루틴한 업무의 반복일 뿐이지만 브런치에 쓰는 에세이나 취미도예만큼은 자신 있게 사랑하고 있다. 이게 지겨워진 적도 있었는데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거 보니 어쩌면 일을 보다 더 애증의 관계다.
"나는 또 태양 아래에서 보았다. 경주가 발 빠른 이들에게 달려 있지 않고, 전쟁이 전사들에게 달려 있지 않음을, 또한 음식이 지혜로운 이들에게 달려 있지 않고, 재물이 슬기로운 이들에게 달려 있지 않으며, 호의가 유식한 이들에게 달려 있지 않음을. 모두 정해진 때와 우연에 마주치기 때문이다"
우연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 같아서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온전히 내 실력으로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연히 시골에서 태어났고, 부모를 만났고, 친한 친구도 이곳에 있었으며 나에게 이런저런 영향을 준다. 이직할 때쯤 의견을 나눴던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사이드잡으로 돈 한 푼 더 벌고 뭐라고 해야겠다 싶어서 한 일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평범하면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가기 위한 여정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은 오직 나 스스로, 나만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고 믿은 나의 아집이었다. 나의 성공은 온전히 내 것이어야 했다."
"'의미 없는 삶이란 없으며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방식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 삶 자체가 언제가 하찮고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카프카는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을 살지 말지를 선택할 수 없었다. 그가 쓰고, 또 쓰고, 찢어버리고, 다시 쓰고, 다시 상상하기를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그에게 글쓰기가 실패의 두려움과는 상관없는 실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접한다. 생존을 위해 우리가 살아있는 거라면 나는 이미 살아있는 것만으로 생의 할 일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에일리언'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신이 우리를 만들고 싶어서 만들고 파괴하고 싶어서 파괴하는 것뿐이라는 말은 영화 초반 에이아이가 사람에게 물었던 질문과 동일했다. 어떻게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고, 죽음이 가까이 왔을지 모른다는 말이 더 실감 났다. 그게 사실 100년 장수라도 말이다. 어느 날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머뭇거리는 나에 대해 이런 말을 건넸다. "100년은 이르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