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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값 vs 싼 게 비지떡

결혼 시장의 아이러니

by 김아울

친구가 청첩장을 돌렸다. 결혼을 한 달을 앞둔 새신랑이다. 잘 준비돼 가고 있냐고 물었을 때 여러 가지 못한 것들을 나열하며 한복집을 아직 못 골랐다고 했다. 난 그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했던 곳을 추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추천할 때 '10만 원'이라는 걸 강조했다. 그러자 내 친구는 한복집에 대한 나의 뒷 리뷰를 듣기도 전데 '아 그런 데서는 못해'라고 말했다. 그 뜻은 그렇게 저렴한 곳에서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가격만 듣고 한옥마을 한복집 대여하는 곳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오해를 풀고 싶었다. 후줄근한 한복이 있는 곳이라니라 40년 넘은 베테랑 사장님이 어마어마한 한복을 소유한 곳이라고. 입어보는 데 제한도 없고 추천도 참 잘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친구는 마음이 바뀌었는지 가게 이름을 메모해 갔다.


나도 처음에 10만 원이라는 가격에 의심을 품었다. 많은 리뷰를 찾아보고 생생한 친구의 리뷰를 듣고 나서 발걸음을 향했었다. 합리적인 가격이 오히려 의심되는 사회가 돼버린 게 아닌가 싶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돈 값 하겠지'라며 안심이 되고, 가격이 낮으면 '싼 게 비지떡'이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지자체에서 결혼식 비용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25년 4월, 인천시는 결혼식 비용 표준가격 안을 도입했다. 그 가격을 보니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지방소도시에서도 최고급을 피하려 애썼는데 기사에 보인 가격에서는 '고급형' 가격이었다. 합리적인 결혼식 비용이 도대체 얼마였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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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울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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