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등히 잘하는 사람들 사이라면 '깍두기'가 있지

퇴근 후 배드민턴 생활 3년차

by 김아울

오늘, 그야말로 발렸다.


'죄송합니다'를 연신 입에 달고 다녔던 정확히 3년 전이 그때가 떠올랐다. 지금은 초보자를 종종 배려해 가면서 칠 줄 안다. 롱서브는 안 하고, 스매시는 하지 않는. 고수 아저씨들이 나를 배려했던 방식을 그대로 대물림 하는 중이기도 하다.


이기는 날들이 많아지자 분명 재미있었다. 그러다 또 요즘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치니까 이기고 지는 일에 큰 의미를 둘 필요 없었다. 실력이 늘어가는 게 느껴지지 않는 나날이다. 초보 때는 배울수록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주변으로부터 격려와 칭찬도 많이 듣게 된다. 나는 그럴 시기가 진작 지났다.


주 3회 가던 게 주 2회로 게으름 피우는 날이 많아진 때.


코치님이 나와 상대도 되지 않은 아저씨들과 한판하고 오라고 하셨다. 쭈뼛쭈뼛 그분들께 콕을 들고 갔다. '코치님이 게임한 번 하고 오래요'라면서 나를 받아줘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도 이런 게임은 너무 긴장된다.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해서 콕을 따라다녔다.


한판 하니 얼굴이 뻘게지고 심장소리가 들렸다. 이럴 때 애플워치를 쳐다보면 심장박동이 180이 넘는다. 다른 분들은 보니 난타라도 치는 듯 멀쩡하다. 게다가 경기 중에 나를 응원해 주신다. '아이고 다 받아버리네!'이 말을 경기 중 세네 번은 더 들었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오묘했다.


첫 번째 경기를 지고 다음 경기에는 맞은 편의 잘 웃으시는 분이 나와 팀이 되어주시겠다고 했다. 깍두기 신세는 오랜만인 것 같다. 두 번째 게임을 하던 중 강습 시간이 다 되어서 코치님이 부르셨다. 살려주셔서 감사했다. 강습이 더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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