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고
공사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뭔가에 부딪힌 게 아닌가 하는 굉음이 들렸다. 나는 그와 비슷한 소리를 지르며 소스라쳤다. 저녁 8시경이었다. '이거 분명 큰 사고 같아!' 하고서 베란다 문을 열었다. 깜깜한 저녁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주차하는 차 몇 대가 움직일 뿐이었다.
분리수거장 쪽이었던 것 같은데, 이 정도 소리면 뭔가 큰 사고라는 걸 직감했다. ㅁ자형 아파트의 동간구조상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우리 집은 두리번거리기도 좋은 고층이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다급하게 경비실을 향해 뛰고 있었다. '어떡해 어떡해'라는 분명한 말로 흐느끼고 있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엠뷸런스 소리가 나기 전까진.
소파에 앉아서 넷플릭스를 고를 수가 없었다. 멀뚱히 서로를 쳐다보다가 엠뷸런스 소리를 듣게 됐다. 가까워지는 것 같긴 한데 우리 쪽일까? 다시 베란다고 향했다. 그 구급차가 그 사람이 왔던 길로 향했다. 누가 확실히 다쳤나 보다.
주차가 힘든 좁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이 정도 굉음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엠뷸런스의 위치, 곧이어 경찰차가 오면서 바로 누가 뛰어내렸다는 걸 직감했다. 남편은 상상하기 어려운 위치라고 했지만 나는 바로 상상 가능한 위치였다. 그 굉음은 차에 떨어진 소리였을 것이다.
'투신자살이 맞네 아니녜'로 걱정을 했지만 가십일 뿐이다. 더 이상 넷플릭스는 이 자극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엠뷸런스 가까이에서 구조대원들이 번갈아가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만 머물렀다. 그럴수록 불행한 생각이 곱씹어졌다.
그만 봐야 될 것 같았다. 소파에 앉으면서도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었다. 다시 베란다고 향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있었다. 엠뷸런스가 떠나고 난 뒤 경찰차는 꽤 오래 남아있었다. 경찰관 한 명은 사고가 난 현장 바로 뒤에 있는 차의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그리곤 시멘트 바닥에 사람 모양을 따라 마크를 했다.
그쪽에 주차를 안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며칠간은 정확히 사고 현장 일대에 주차하는 차도 없었다. 일주일 쯤 지나고 도저히 주차할 곳이 없어서 다시 그쪽을 향했을 때, 이미 바닥은 새로운 시멘트로 덧대져 있었다. 사고차량이 있던 이중주차 위치도 여전히 만석이다. 이제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 됐다. 불과 일주일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가족과 친구들이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할지. 떠오르는 모든 말들이 왜이렇게 하찮을까. 아무 의미도 없겠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베란다 창문을 열 때면 그곳에 시선이 간다. 그냥 그분이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