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거리에 사는 친구 집에 처음 다녀왔다.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왜 이제야 향했는지 아쉬웠고, 미안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 핑계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건 장거리 운전이 무서웠던 거였다. 물론 여기서 고향까지 1시간 반이나 걸리는 곳은 잘도 다닌다.
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타도 시는 낯섦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요즘은 눈이 안 좋아져서 밤운전에 극도로 예민해지기까지 했다. 해지기 전에 귀가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생겼다. 난 운전에 자신감은 전혀 없다. 매번 긴장되는 편이다.
장거리를 갈 때면, 결혼 전에는 동생이, 지금은 남편이, 평소엔 친구들 옆자리에 상전처럼 자리 잡았다. 언제까지 이럴까 싶었는데 지금 서른 중반이다. 면허 따고 15년이면 초보행세를 누릴 때까지 끌고 온 셈이다.
오늘 방문한 친구 집은 한살이 안된 아기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이 가족은 다음 달이면 운전으로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거리로 이사를 간다. 그전에 꼭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먼 옛날 구석기시대에도 사람들을 만나러 며칠을 걸어 이야기하고 돌아왔다는 말이 생각났다. 친구들은 나를 이렇게 용감하게 키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