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이야기
나는 화장을 못한다. 어느 날 꽤 힘을 줬다 싶으면 남편이 꼭 알아차린다. 꾸민 줄 모르고 화사해지고 싶기에 이건 실패다.
아무리 따라해도 유튜버들처럼 안 된다. 그래서 괜히 비싼 파운데이션이 갖고 싶다. 이거라도 해야 잘 꾸며질 것 같다. 립은 단종될까 봐 두세 개씩 사둔다. 쓰는 주기가 굉장히 길어서 단종된 적이 두 번이나 있다. 다음 걸 살 때 색을 비교하여 보기 때문네 남겨뒀다. 이외에 하는 건 눈썹 다듬기와 팩이다.
화장품은 파운데이션과 립 두가지면 충분하다. 이렇게 된데는 나의 늘지 않는 화장실력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메이크업에 부적합한 몸의 변화 때문이다.
아이메이크업 못하는 눈
다래끼가 자주나는 눈을 가졌다. 이 증상이 눈화장과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다래끼가 10번 쯤 도졌을 때인 것 같다. 약이 늘어나고, 가라앉는 주기가 점점 길어졌다. 눈화장이 원인이라는 건 스스로 알아낸 이후엔 한 번도 다래끼가 나지 않았다. 아이 메이크업 제품들을 단번에 전부 버리고 다신 하지 않았다.
귀걸이 못하는 귀
귀걸이는 꽤 좋아하는 악세서리였다. 흔하게 하는 양쪽 귓볼아래를 제외하고도 4군데 정도는 더 뚫어봤다. 하지만 잠잘때 워낙 뒤척이기에 자주 이불이나 머리카락에 엉켰다. 그마저도 감수하려다 작은 귀걸이가 살 속을 파고 들었을 땐 처참한 시술을 받으러 피부과에 가야했다. 그 날 이후 피어싱들은 모두 빼고 지금은 자국도 안남았다.
양쪽에 하나씩 있는 보편적인 그 위치도 이젠 놓아줘야 할 때다. 얼마전까지는 귀걸이도 귀찮아 피어싱으로 바꾸고 세달을 빼지 않았다. 어쩌다 만진 왼쪽 귀걸이 옆에 멍울이 잡힌다. 방금 귀를 뚫었을 때 생기는 피고임 같았다. 이 자리는 20년도 더 된 자리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하나씩 나의 꾸밈을 접고 있다. 그리고 잘 관리된 머릿결이나 부스럼없는 피부, 탄탄한 근육 반듯한 자세 같은 건강한 것에 집중하려한다. 화장도 잘하고 악세서리도 하면서 여러가지 모습을 갖고 싶지만 포기다. 어쩔 수 없이 자연미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