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눈이 떠진다면

행복하게 지내자

by 김아울

잠이 들락 말락 할 때 그 몽롱한 기분. 뇌의 어떤 지점에서 뭔가 달라지는 기분이 있다. 그걸 느끼면 거의 30초 안에 잠에 빠져드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찰나에도 '내일 눈이 떠질까' 생각한다. 자는 동안 기억이 거의 없으니 매일 아침이 신기하다. 수십 년 동안 어떻게 매번 기억을 잃었다가 몇 시간 후에 멀쩡하게 눈이 떠지는지.


잠자기 전에 남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한동안 '내일도 눈이 떠진다면 행복하게 보내자!'라고 말했다. 남편이 왜 무섭게 그런 말을 하냐고 물어봤다. 말이 길어질 거 같아 '혹시 모르잖아'라고 잘라 말했다. 거짓말도 아니었고. 책 이야기는 내일 해야지.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p. 204 인생의 근본적인 현실을 생각하면 맹목적인 결정론은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들다...(중략) 궁극적인 진리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되 거기에 닿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혹은 가능하다 해도 확실히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의사가 한 조각, 환자가 다른 조각, 기술자가 세 번째, 경제학자가 네 번째, 진주를 캐는 잠수부가 다섯 번째, 아코올중독자가 여섯 번째, 유선방송 기사가 일곱 번째, 목양업자가 여덟 번째, 인도의 거지가 아홉 번째, 목사가 열 번째 조각을 보는 것이다. 인류의 지식은 한 사람 안에 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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