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리듬을 존중해 줍시다

달리기 32일 차

by 김아울

오늘 달리고 와서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너무 갓생을 사는 것 같아 매일 아침 달리기는 못하겠어" 나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출근하기에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휴가 중이니까, 나는 괜히 오늘 이후의 일정이 있는지 되물었다. 마음 한쪽이 복잡해졌다.


'갓생'이라는 단어가 은근히 기분 나빴다. 물론 남편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한 거였지만, 그 말이 마치 나에게 '너 너무 갓생이야'라고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달린다고 갓생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갓생 살려고 달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다소 쏘다 붙였다.


왜 갑자기 갓생 프레임인지? 나는 왜 갓생에 또 발끈하는 건지도 궁금했다. 그렇게 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매일 달리고, 출근 전 집안일을 챙기고, 도시락을 싸고, 글도 쓰고, 취미로 도예도 한다. 나는 이게 내 리듬이고 삶을 정돈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가 보기엔 지나치게 타이트한 삶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까? 남편이 나를 보고 자신의 속도를 점검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 페이스가 비교나 부담이 아니라 존중과 자극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좋아서 권해본 일이 상대에겐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또 한 번 배운 날이다. 가끔씩 운동장에 가끔씩 마주치는 사람들처럼, 남편도 그런 존재가 되면 좋겠다. 만나면 반갑고, 안 오면 궁금한 정도. 우리에게 달리기 만큼은 그 거리가 좋을 것 같다. 나도 한 달 동안 짧게도, 빠르게도 이리저리 달리며 내 리듬을 찾아갔다. 남편도 자기 방식대로 스스로의 리듬을 잘 찾아갈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내 쓸데없는 잔소리는 스스로 틀어막아야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사에서 '아침 운동이 부담스러운 건 아니냐'라고 카톡을 보냈다. 남편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내 컨디션과 상황에 맞춰할 생각이었어서 부담 없었어'라고. 이미 그러고 있는 걸 나는 못 미덥게 바라봤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그걸 이해하기보다 내 속도와 마음가짐대로 끌고 가고 싶은 욕심이 과했다.


이러나저러나 지금 필요한 건 내 삶의 리듬을 잘 지키고, 상대의 리듬도 믿고 지켜봐 주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