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도예생활
도자기는 성형과 정형을 지나 가마에서 2번의 소성을 거칩니다. 초벌과 재벌. 초벌 이후 유약을 바르고 다시 재벌을 한 후에야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가 완성됩니다. 도자기 공방에서 받는 수업은 주로 이 많은 과정에서 '초벌'부문에만 해당됩니다. 저처럼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면, 주변의 공방에서 가마 소성만 별도로 맡기거나 공유 작업실에서 작업하면 됩니다.
선생님이 또 유약을 실수하셨다. 손에 꼽을 수도 없다. 오늘은 소성비가 7만 원이 넘어서 지갑이 가벼워졌다. 처음으로 가격을 깎아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참 불편하다. 이게 과연 그분의 잘못인가? 1차적으로 그렇게 보이지만 많은 작업물 중에 내 걸 구분하기 힘들었고, 그걸 반복하면서도 나는 자꾸 다양한 기물을 드린다. (점점 줄어 두 가지로만 나눠드렸는다. 카톡에 메모에 전화에).
선생님이 더 잘 기억하려면 내 물건은 일관되게 재벌만 해달라고 해야겠다. 그런다고 가격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정가가 없으니 당연히 표준화된 가격도 없다. 선생님도 알면서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기에 넘어가는 걸 거다. 세상은 이렇게 대충대충 야박하다. 공간 없고 가마 없는 내 처지에 이거라도 어디냐 싶다가도 내가 돈 주고 정당하게 소비하는 건데 품질이 왜 이러나 좌절스럽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상당히 많다.
도재식으로 배우던 비엔나의 예술가들이 떠올랐다. 공방에서 스승의 붓을 씻고 청소 따위로 몇 년 간 야망만 키워갔는데 그게 열정을 불타게 한다고 어느 책에 쓰여 있었다. 나도 꽤 오랜 기간 이 시기다. 매일 가서 염탐할 곳은 없지만, 돈 주고 배우고 사고 관람하고 부러워 죽겠다. 이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희한할 뿐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물을 만들어왔지만 첫 의도대로 완성된 건 하나도 없었다. 다 우연에 의한 것이었고 통제 불가능했다. 지식이 짧았고 전 과정에 참여할 재료도 기구도 없었다. 이제 좀 감이 잡힐듯한데, 또 가로막혔다. 취미도 오래 하면 골치 아픈 문제들로 척척 쌓인다. 이걸 그만두고 싶지가 않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지. 이대로 두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생각 좀 정리하려 도서관에서 글을 써봤다. 딱히 해소된 게 없다. 기분 좀 잠재우고 집으로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