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남편

버킷리스트 다 해보는 사람

by 김아울

장거리 운전을 할 때 꽤 깊숙한 대화가 나오는 것 같다. 오늘은 옆자리에서 '유능감'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학자가 행복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 게 떠올랐다. 처음 듣는 행복의 조건이었다. 유능감이 꼭 일(work)에서 발휘될 필요 없다고 하니 나에게 뭔가 자유가 찾아온 듯했다. 원래 행복한 사나이로 태어난 것처럼 그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어디서 들었는데 행복감을 느끼는데 유능감이 중요한 요소래. 자기는 어떤 면이 유능하다고 생각해?'

'나는 아 뭐라 말하기 힘든데.. 워낙 다 잘해서'


이 녀석은 진심이다. 집안일 이야기 하면 너무 또 잔소리 모드로 가기 때문에 잠시 접어둬야지. 집안일은 내 숙명인 것 같다.


'난 알 것 같아. 잘하지 못해도 매번 자신만만한 이 성격이 자기의 유능감이야'


결혼식 때 축가에 자신만만하더니 첫 음도 못 잡은 주제에 다 하고 나서도 당당한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니었냐'라고, 맞는 말을 하는데 결혼식 풀 영상은 절대 안 보겠다고 한다. 그거 몇십만 원짜리인데 한 번은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하고 싶은 데 못했던 게 있나? 없는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 버킷리스트 다 이루고 사는 사람일 줄은 더더욱. 아무리 야심가가 아닐지언정,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는 건 뭔가 좀 대단한 것 같다.


다행인 건 나의 버킷리스트도 과감하게 챙겨준다. 최근엔 꿈에 그리던 장비를 선물해 줬다. 오히려 기분이 얼떨떨했다. 이걸 내가 잘 다룰 수나 있을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어서 유튜브 선생에게 의지해야 하는 판국이라 걱정이 많아졌다. 시무룩한 나를 보면서 남편은 왜 '잘 사용하려고 그러냐고 그냥 써'라고 한다. 그게 잘 안되지만 마음 은 편해진다.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그냥 하는 재주.

편하게 생각해 버리는 그 단순함이 참 유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