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보내주기

우리 집이 시끄러운 이유

by 김아울

아는 언니가 주고 간 냉장고를 세 번의 이사 동안 끌고 다녔다. 이제 11년이 넘었다. 300리터 남짓한 용량이 부족해져 작은 김치냉장고까지 당근에서 들여왔다. 둘 다 성능이 비리비리하다. 이제는 한 곳에서 넉넉하게 식자재를 관리하고 싶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냉장고가 요즘 신음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재택근무한다고 식탁 옆에서 일하는데 갑자기 '웅~' 하고 울렸다. 꽤 오랜 시간 동안이었다. 주로 낮에는 집을 비우고, 아침엔 출근 준비에 정신없고, 밤엔 방문을 닫고 자고, 거실엔 넷플릭스가 더 큰 소리를 내고 있어서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냉장고가 열심히 일할 때에는 노이즈캔슬링으로 막아봤다. 혹시 '다들 이 정도 소리는 나겠지?' 싶었는데, 다른 집에 들렀다가 알게 됐다. 본가에 우리 집에 두 배 되는 냉장고가 얌전히 있었다. 그때서야 이 조용한 냉장고 세계를 알았다.


그동안 거실에서 자는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그런데 남편은 한 번도 시끄러웠던 적이 없다고 한다. 무뎌서 그런지 나처럼 아직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냉장고 가까운 삶에서 불편함 없다는 그의 무던한 감각이 부러웠다. 그런 사람에게 잘 들어보라고, 시끄럽다고 우기고 있다.




ps. 이 글을 읽고 친구의 도움으로 냉장고를 저렴하게 구입하게 됐다. 현실 친구 중에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는 유일한 친구일 거다. 고마워서 겨우 커피 두잔 먹을 값을 보냈다. 그 친구는 5잔은 먹을 수 있는 카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