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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하면서 아이스크림 사 오는 사람

지각생을 바라보는 마음

by 김아울

교육을 받고 있는데, 늘 20분 늦는 사람이 있다. 수업은 처음부터 듣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어서 선생님은 항상 기다려주셨다. 처음엔 괜찮다가 10회 차 수업 중 3번을 늦자, 인내심 게이지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더 이해 안 됐던 건, 그분이 매번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는 거다. 검정 봉지에서 아이스크림을 우르르 꺼내며 '죄송해서요'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먹고 싶지 않았다. 첫날에는 하나 집었지만, 그 뒤로는 손대지 않았다. 심지어 어느 날은 수량이 모자라자 내 몫까지 반으로 쪼개 내 앞에 두었다. "괜찮다"를 세 번 넘게 말했는데도.


아이스크림이 면죄부야 뭐야. 이 묘한 조합은 납득이 안됐다. 이 분은 앞으로도 이럴 것 같았다. 후 어떻게 생각해야 내 마음이 편안해질지. 선생님께서는 늦지 말라고 여러 번 주의를 주셨다. 내가 덧붙일 말은 아니었다.


타인을 절대 바꿀 수 없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를 바꿔보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내가 짜증이 난 이유를 되돌아 봤다.


첫째, 내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았다.

둘째, 아이스크림 살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인가?


두 가지 생각이 날 괴롭혔다. 이게 진실인지도 뜯어봐야 할 일이다.


첫 번째 문제는 방법이 있었다. 수업 시작 전에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평소 질문들을 미리 모아두고 물어봤다. 작은 의문들이 차근차근 풀리자 그 시간이 유익해졌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보내게 됐다. 지각생 덕분에 선생님과 더 가까워진 기분도 들었다.


두 번째 문제는 남편과 대화를 하다 해결했다.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그분이 이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오는 건 아닐까?' 교대 시간이 딱 그쯤이고, 미리 아이스크림을 사서 뛰어오는 건 아닐까? 나는 휴가 내고 왔지만, 그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상상하니 조금 측은해졌다.


실제로 그분이 어떤 이유로 늦는지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것까진 알 필요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다만 짜증이 측은한 마음으로 바뀌어서 훨씬 편해졌다. 여전히 그의 지각은 계속되고 있다. 검정 봉지 안의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 아이스크림은 끝내 손이 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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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울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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