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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정리하는 부모님 세대

추석 소회

by 김아울

아버지 세대는 본인들을 끝으로 제사를 지내지 않을 거라건 아신지 무덤을 간소화하고 계신다. 할아버지는 이산저산 흩어져있는 무덤을 한데 모으셨고, 아버지들은 봉분은 평장으로 바꾸셨다. 우리는 제사는 없애버리겠지.


제사도 벌초도 우리세대로 끝일 거라는 말이 나왔다. 아버지는 수목장으로 하고 싶었지만 더 보수적인 어른들에 의해 받아드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평장으로 결정되었다. 게다가 본인들의 무덤과 아들들의 자리까지 대리석으로 표시해뒀다. 이 비석만 가져다가 이름을 새기라고 했다. 20대인 남동생은 기분이 묘해진 모양이다. “저게 내가 누울 자리야?” 그 말에 당사자 빼고 모두 웃음바다가 됐다.


여자인 나는 이곳이 다른 곳에 묻히게 될 걸 처음으로 상상했다. 조금 이상했지만, 죽고나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강이나 바다에 흩어졌으면 좋겠다. 누구도 귀찮게 하거나 돈 쓸 필요없이 생각날 때 와서 잠시 인사만 하다가 갔으면 좋겠다.


엄마는 막내에게 말했다. “벌초 안할거면 인조잔디를 깔아라” 그 말에 동생이 심하게 발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덤에 인조잔디는 아니지!” 처음으로 벌초에 관심을 가지며 이정도 규모는 몇시간이나 해야하냐고 물었다. 장정 둘이서 반나절, 이틀은 해야한다고 했다. 결국 아버지들의 전략이 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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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울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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