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대처법
오랜만에 대학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SNS를 통해 대충 어떻게 사는 지는 알고 있었다. 과탑이던 선배가 대기업에 입사하고 결혼하고 아이가 있고. 누가 봐도 전형적이고 행복 코스였다.
선배는 취업 후 한번도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 지방에 남은 내가 안쓰러운 모양이다. 살고 있는 동네를 묻더니 '왜 그런데 살아?'라는 말을 내뱉었다. 어디 사는 동네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인지 빌라인지, 신축인지 구축인지도 궁금해 했다.
잠잠하다 싶더니 이 지역 '대장아파트'라고 불리는 신축 단지 2곳의 링크를 보내왔다. '이정도가 좋지 않냐'고 말했다. 내 가 그 걸 모 를 까? 자극적인 제목을 조장하는 찌라시의 헤드라인처럼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선배가 왜 그런데서 사냐며 링크 보내온 썰.
나는 별 화도 아니 않았다. 그냥 어떤 말을 해도 해줄 의지가 없었다. 이렇게 그 선배에게 애정이 없었나? 한때는 같은 팀원으로 재밌게 공부했었는데 말이다. 인정욕구가 강한 편인데, 그 대상이 엄마 한정이라 이럴때 다행이다.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인정받고 싶은 대상이 그럴 만한 사람이냐'고 질문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번에 그의 말이 순식간에 이해됐다. '그런데 말고 이런데 살아야지'라고 자신만의 기준을 들이대는 사람에게는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정말 신속하게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