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모임에서, 교회에서, 체육관에서 늘 이런 사람이 한 명은 있었다. 이 사람이 있으면 더 가고 싶고, 흐뭇했다. 단점은 그 사람이 없으면 가기 싫어진다는 것. 심리상담가는 내가 '관계'에 집중한다고 하던데, 아마도 거스를 수 없는 나의 본성인 것 같다.
친구는 소수와 깊게 친하고, 사람 많은 곳은 오래 머물기 힘들어한다. 대가족 모임도 일 년에 한두 번이니까 괜찮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가는 거다.
가끔은 지나치게 의존적이지 않나 싶다. 그 사람이 있으면 즐거워지지만, 없으면 심드렁해지는 마음은 고치고 싶다. 이건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운동하려고 갔다가 좋은 사람들은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안 나오면 가기 싫어지는 건 아니지.
그래서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내가 있는 자리에서 공간이 즐거워지고, 표현하지 않아도 든든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오늘은 좀 귀찮지만 가면 아울이가 있으니까 괜찮아'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러다 최근 좋은 기회를 잡았다. 사무실을 청소해 주는 이모님과 소소하게 식물 이야기를 나누던 날, "꽃향기가 잔뜩 나네요"라고 하셨는데, 그건 내 핸드크림 냄새였다. 보습효과보다 향기가 좋아서 산 거였는데 알아봐 주는 사람은 처음이라 반가웠다. 하지만 오래 쓰다 보니 질리고, 왠지 그 향기를 맡으면 식욕이 사라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왠지 내 욕구를 차단시키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 향기를 좋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서 다음날 같은 핸드크림을 선물했다. 부담스러워할까 봐 걱정했는데, 예상과 달리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내 몸이 따뜻한 햇살이 사악 감도는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만큼은 누군가에게 기분 좋아지는 하루를 선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