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하여
나는 이모의 고향에 산다. 여기는 이모 어릴 적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모가 설명하는 곳의 위치는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마을 이름도 안 변했고, 길을 더 잘 포장되어 있는다. 다만 이모가 알던 사람들은 많이 바뀌었고 그 수도 한참이나 줄었다. 누가누가 아직 여기 지내는지 엄마가 자세히 말해줬다.
우리 집은 이모와 엄마가 어릴적 살던 마을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있다. 그 사이 어떤 밭에서 이모는 엄마를 엎고 일하는 할머니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거의 띠동갑이 차이나는 나는 엄마를 키우다시피 보살핀 것 같다. 엄마가 너무 울다 지쳐 나가떨어질 때 쯤 할머니를 찾아 그 밭을 열살 남짓한 아이가 1시간을 엎고 걸었다고 했다.
많인 일 중에 이 이야기가 가장 슬펐다. 이모의 눈이 그랬다.
오늑 엄마는 이모를 맞이하기 위해 대하와 장어, 여러 가지 반찬을 준비했다. 마당에 둘러앉아 배부르게 먹었다. 친척언니들은 세명인데 그중에 첫째 언니와 형부, 둘째 언니도 함께 왔다. 친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니 모임이 작아지고, 외가쪽 가족들이 우리집에 오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이모의 딸들인 언니들은 나랑은 다른 어른이었다. 나보다 띠동갑 위이고 엄마보다 띠동갑 아래라서 그 사이 언니들은 엄마에게 반말을 했고, 나도 언니에게 반말을 하는 사이였다. 살갑고 능력 있는 언니들이 이모 딸들이라 너무 다행이면서도 든든했다.
일주일 지나 이모부가 엄마에게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뒤늦게 전화가 왔다. 우리 집에서 돌아간 이후 이모가 일주일 내내 울었다고 한다. 우리랑 즐거웠는데 왜?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엄마는 아마 어린 시절이 생각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는 가끔 할머니가 보고 싶다며 엄마한테도 전화하는 모양이다. 첫째 딸인 이모가 이곳에서 겪는 일들이 뭐였을까. 이모가 말해주면 듣고 싶다. 그리고 이 곳에 자주 왔으면 좋겠다. 매번 우리가 이모가 차린 밥상을 즐기기나 했었으므로 이젠 내가 맛있는 걸 더 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