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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ug 16. 2020

세 번만 움직이면 정상이야

8월 14일의 꿈

친구와 함께 하얀 암벽을 등반했다.

암벽 같지가 않고 커다란 A4용지 단면을 오르는 것 같았다.


왼쪽에 큰 기둥이 있었다. 내려가려면 그 기둥을 잡고 안전하고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이미 한참을 올라와서 바닥은 보이지 않고 목표지점이 코앞이었다.

손을 세 번만 움직이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내려갈 수도 없고 더 올라갈 수도 없었다.

몸이 무겁고 힘이 나지 않았다.

암벽은 가볍고 나를 지탱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친구는 먼저 등반에 성공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올라오길 간절히 바랬다.


달싹할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다가 친구가 자신이 손을 짚은 자리에 손을 넣어보라고 했다.

1센치도 움직일 힘이 없었는데 마지막 힘을 쥐어짜 봤다.


손을 한번 옮겼는데, 그 자리가 너무 안정적이었다.

마치 그 자국이 손 위아래로 나를 힘껏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 더 손을 움직일 믿음이 생겼다.

그 자국을 따라 움직이면 반드시 성공할 것 같았다.

그렇게 결국 정상에 올랐다.


친구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나도 너무 좋아서 같이 행복했다.


그 암벽 위에는 휘황찬란한 보물이나, 멋진 풍경은 없었고

작은 방 하나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 공간을 함께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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