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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Oct 06. 2020

휴게소에서 시댁에서 준 반찬 버리기

기대와 실망 사이_1

엄마 나이가 되면 친구들을 만나도 자식의 결혼이야기만 하나보다. 엄마의 친구가 얼마 전 결혼한 아들 부부에게 음식을 줬는데 며느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반찬을 통째로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파렴치한 놈들은 극 소수야!‘


엄마는 그런 애들 많다며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래도 언젠가 본인의 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는지 심각한 표정이 떠나질 않는다. 나는 며느리 입장에서 반론을 펼쳐보았다.


  '엄마도 타지에서 지내는 나에게 반찬 많이 보내주잖아. 그때마다 적당히 달라는 말 많이 했잖아. 그게 왜냐면 반찬을 정성스럽게 해주는 것은 너무 고마운데 과도한 반찬은 냉장고에 들어가지고 않고 냉장고 성능도 딸려서 금방 쉬거나 버려야해. 그런 식으로 음식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거지. 고속도로에 버렸다는 사람 이야기는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애초에 원하지 않은 일을 강요받는 것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엄마는 그건 그렇다며 수긍하면서도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냉정하게 반박했나. 엄마는 엄마편이 필요했을 뿐인데. 한마디 덧붙히고 웃음으로 마무리 지었다.


  '엄마 난 절대 안그래. 어마마마가 하사한 반찬을 감히 그럴 수가 있겠어? '


고속도로에 며느리가 음식 버릴때, 그걸 보고만 있는 자기 아들 이야기는 왜 안하는지 쏘아 붙히고 싶었지만 꾹 삼켰다. 이 시점에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원해서 한 일에 대해 기대한 만큼의 반응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를 탓할 순 없다. 얼마 전 밥을 차리다가 당연히 동생도 먹겠거니 같이 음식을 준비했다. 하다보니 이것 저것 더해서 굉장히 신경 쓴 밥상이었는데, 동생이 더 잔다며 밥은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내가 너를 위해 밥을 차렸는데, 이런 나를 무시해?‘


동생은 순식간에 누나의 정성을 무시한 악마가 되었다. 천천히 밥을 혼자 먹으면서 서운하지만 동생의 잘못은 아닌 사실을 천천히 곱씹었다. 몇 시간 후에에 동생은 잠에서 깨어나 밥을 차려 먹으며 요리를 고마워했다. 


전 남친에게 고구마를 줬을 때도 생각난다. 오븐의 적정온도와 시간을 알아낸 뒤 고구마를 가장 맛있게 구웠는데 꼭 주고 싶었다. 데릴러 오는 시간에 맞춰 따뜻한 고구마를 챙겨갔는데, 잠깐 고마워하고서는 차에서 고구마 냄새가 나니까 트렁크에 넣어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평소에 차를 끔찍이 생각하는 건 알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불쌍한 고구마. 차라리 안가져 왔더라면 우리집 쇼파에서 우아하게 나에게 먹혔을텐데, 운동화와 뒤섞여 트렁크에 오염되다니... 


사실 그 애는 아무 잘못이 없다.  심지어 '트렁크에 넣어도 되겠어?'라고 친절히 물어봐줬고 나는 알았다고 말했다. 남동생을 위해 물어보지도 않고 차린 밥상이나,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준 반찬들. 남자친구에게 준 고구마. 사실 상대방을 위해 준비했답시고 원하는 반응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위었을지 모른다. 


2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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