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울 Sep 30. 2020

개의 산책

줄넘기 25일 차

2일간의 재택근무를 마치고 출근하는 금요일. 불타는 금요일이니만큼 아침을 줄넘기로 불태워보려고 했는데 아침 6시가 왜 이렇게 어둑어둑한 거냐. 5시 45분 알람을 한번 늦추고 6시에 일어났다. 그래서 6시 15분에 집에서 나왔다. 내일은 6시에 기필코 현관문을 열어재껴야지.


줄넘기를 할 때 매번 그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후줄근한 회색 티와 넉넉한 바지를 입고 나온 중년의 여성분이 있는데, 가을 날씨가 선선한데도 티가 흠뻑 젖는 거 보면 아마도 집에서 홈트를 꽤 하고 마지막 몸풀기로 나오는 것 같다.


가끔 강아지와 산책하는 할머니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같은 강아지를 어떤 아저씨가 데리고 나왔다. 그 집 아들이 추석을 앞두고 놀러 왔을까. 아침에 강아지 산책시켜주는 거 보면서 개팔자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가 내 건강을 위해서 아침마다 산책시켜주는 하루.



블루베리따면 옆에서 블루베리먹던 어릴 적 해피

예전에 키웠던 우리 강아지 해피가 생각난다. 해피를 혼자서 산책하고 밤늦게 들어오기도 했다. 같이 마을 깊숙이 산책할 때, 해피는 늘 100미터는 앞질러 전력질주를 했다.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멈춰서 쉴 때면 해피는 저 멀리 가다가 다시 내쪽으로 달려오곤 했었다. 저 멀리서 내 발자국 소리도 들리나.


다 커서는 무슨 여우처럼 변해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에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