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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pr 15. 2021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스타트업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을 아시나요?

첫 직장을 퇴사하고 다음 회사의 입사가 확정된 후 친구와 함께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를 여행했다. 모처럼 누리는 달콤한 휴식도 좋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에서 함께 일하게 될 사수에게 선물할 기념품을 고르며 새 출발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두 번째 회사는 당시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다. 동종업체들 가운데 후발주자였지만 빠른 시간 내 선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입사한 시기가 설립 3년 차였는데 직원이 500여 명이었으니 그 성장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 역동적인 기업 문화


첫 정식 출근 날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인사 담당자를 만나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데 테이블 주위로 폴로티에 데님 팬츠, 블라우스에 면바지를 매치한 캐주얼한 복장의 직원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다른 몇몇 테이블에는 회사 명찰을 목에 걸고 외부 고객사와 미팅 중인 직원들이 보였고, 자동문 사이로 사람들이 계속해서 드나들었다.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좋았다.


마케팅 부서는 신입사원 1명을 제외하고 전부 경력직이었다. 초반에는 컨설팅 펌, 광고대행사, 홍보대행사 출신의 인력들로 시작해 IT, 홈쇼핑, 오픈마켓, 대형마트의 근무 이력을 가진 직원들로 점차 확대됐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 때마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도 디테일하게 수정됐고 변화에 따른 부서 개편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팀이 분리됐다가 합쳐지고 소속이 바뀌고 다시 분리, 확대, 승격되는 등 근무한 4년간 5번의 조직 변경을 경험했다.


각기 다른 문화를 겪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도 달랐다. 단순하게는 수직적, 수평적인 '문화'에서 오는 차이부터 IT, 유통 등 '분야'에서 오는 차이 등 서로의 간극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회사는 내부 조직의 단합을 위해 직원들의 의사 결정 기준에 대한 가이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워크숍, 직원 간 소통의 날, CEO와의 대화, 동호회 등)들을 마련했다. 직원 간 소통 프로그램은 조직의 결속과 화합에 힘을 실었으며 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곧바로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초반에는 영업 조직의 비중이 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발자들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사내 A-B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남보다 먼저 경험하는 혜택도 누렸다. 세상을 바꿔가는 최전선의 이들과 함께 일하며 느꼈던 설렘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이게 과연 될까?' 하는 아이디어가 진짜 현실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관찰자로서의 나의 존재가 지극히 작게 여겨지기도 했다.


• 끈끈한 동료애? 전우애!


스타트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소비자에게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행동 방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말은 단순하지만 없던 영역을 개척하는 일은 맨땅에 헤딩을 하듯 고되고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창업 초창기 첫 거래가 성사됐을 때 단층 사무실의 전 직원이 부등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에도 대기업과의 빅딜 소식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면 모든 직원이 함께 기뻐했고, 10억, 100억, 1,000억 등 유의미한 매출이 달성될 때마다 전사 피자파티를 했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눈에 띄게 늘어가는 성과를 동료들과 함께 자축할 때면 없던 기운도 솟아날 기세였다.


어느 날은 고생 끝에 준비한 한 언론 매체와의 CEO 인터뷰가 포털 메인에 게재됐다. 대표님은 PR팀이 속한 층으로 찾아와 우리 팀원들을 스포트라이트 해 주었고, 해당 층의 모든 직원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의 노고를 공감하는 동료들이 전하는 축하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기업 PR을 위해 타 부서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인터뷰를 부탁할 때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되묻는 적극적인 부서가 대부분이었다. 본인 부서의 일도 아닌데 선뜻 나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늦은 퇴근길 전투를 마친 전사처럼 지친 기색으로 엘리베이터에 타면, 먼저 타고 있던 동료들이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동료를 넘어선 전우애가 느껴졌다.


스타트업, 안녕!


그 이후로도 회사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사옥을 옮겼던 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전 사옥에서 겪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벅찬 감정을 애써 추슬렀다. 열정 하나로 덤비고 뭉쳤던 직원들은 차차 갖춰지는 시스템에 몸을 맞춰 갔고 활활 타올랐던 불길은 전기난로처럼 안정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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