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통과의례
나는 매일 할머니 팬티를 입는다. 할머니의 용기와 지혜가 나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내 안에는 온갖 비루함과 비겁함이 숨어 있고, 내 밖에는 온갖 위험과 위기가 숨어 있다. 그런 것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것은 할머니 팬티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밤에는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
용태도 과감해졌다.
막상 생각해보니 두려울 것도 없어서, 회사 그만뒀어. 나를 바라보며 평화롭게 웃었다. 새로운 삶의 전투력도 생겨났단다. 일러스트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단다.
용태는 지금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뛰면서 학비를 벌고 있다. 그토록 잔인한 고난은 통과의례로 생각한단다. 원하는 인생을 갖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고.
용태의 말대로 인생은 길고, 우리는 아직 반도 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