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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PD Oct 28. 2015

MBC<복면가왕> 성공의 세 가지 숨겨진 비밀

일밤 <복면가왕> 심층 분석

<복면가왕성공의 숨겨진 3가지 비밀


<일밤 복면가왕>

2015년 4월 5일 첫 방송.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50분 방송 

MC : 김성주

출연 : 김구라, 김형석, 지상렬 등

시청률 : 10월 21일 기준 13.0%(닐슨) / 13.4%(TNmS)



 즐기는 사람은 보지 못 하지만 만드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는 것이 있다. 이용하는 입장에선 눈에 보이는 것만 사용하니 다른 버전을 생각하기 쉽지 않다. 반면 같은 업계에서 비슷한 고민들을 해오던 사람들 눈에는 수많은 선택 중 최적의 틀을 뽑아낸 제작진의 탁월한 선택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복면가왕>은 그런 의미에서 포맷 상 몇 가지 빛나는 선택이 있었다. 


 처음 <복면가왕>에 대한 간단한 콘셉트를 들었을 때 사실 명절 특집용에 가까운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JTBC의 <히든싱어>의 아류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고 나도 그 점에 공감했다. 가면을 썼다고 누구의 목소리인지 정말 알기 어려울까? 누군지 알기 어려울만한 사람이 나온다면 복면을 벗는 순간은 과연 극적일 수 있을까? 그들이 표정 없이 희한한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몇 개의 선입견이 눈앞을 스친다. OASIS의 노래 ‘Roll it over’의 가사 첫 구절 ‘i can give the hundred million reasons to build a barricade’처럼 원래 프로그램이란 게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이유를 끝도 없이 댈 수 있다. 제작 PD란 빛나는 부분 한 두 개를 끌어안고 끝까지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항상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복면가왕>은 그런 걱정들을 불식시키며 MBC의 킬러 콘텐츠로 성장했다. 


 경연의 구성 면에서는 톤을 일정하게 맞춘 것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나.가.수>처럼 평가에 공정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재미를 중시했다. 일반 관객과 패널이 각각 한 표 씩을 행사하는 것으로 구성했는데 일반 방청객이 신청을 해서 경연 투표에 참가하는 <나.가.수> 방식과 달리 <복면가왕>은 방청객 투입을 선택했다. 방송에 대한 이해와 신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포일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나.가.수>면 패널의 공정성, 객관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자존심을 건 서바이벌이 아닌 재미있는 음악 한 판으로 이미지를 짜가면서 이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도전자들이 경연 순번을 정하거나 누구와 듀엣을 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부분들은 제거해 버렸다. 



 승부 자체에 힘을 조금 빼면서 경연 방식도 유연하게 꾸밀 수 있게 된다. 예선전이 듀엣으로 치러지는데 이게 가수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문제다. 너무 잘 난 사람이나 듀엣 곡에 적합한 사람과 붙으면 탈락 위험이 커진다. 노래 선택과 매칭에 제작진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도전자들이 불만 없이 모두 수용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자존심을 건 대결로 몰아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예선에서 8명이 각각 노래를 부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4곡으로 마칠 수 있어 효율적이다. 그리고 결선에서 신규 도전자가 가왕과 붙을 때 한 번 더 노래를 부르지 않는 구성도 돋보인다. 가왕전에 진출한 신규 도전자는 예선부터 부른 세 곡으로 평가를 받는다. 가왕만 신곡을 선보이기 때문에, 또 마지막으로 부르는 곡이기 때문에 가왕전 타이틀 방어가 유리해진다. 결과적으로 신규 도전자의 진입 장벽을 조금 더 높인 것이다. 이런 선택은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시청자들의 노래 듣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1부 예선전에서 4곡, 2부 결선에서도 4곡이 불리기 때문에 노래와 토크 분량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가왕전 진출자가 노래를 또 부르면 그 도전자는 하루에 4곡이나 소화해야 한다. 결선에서 3곡이나 들어야 하니 시청자도 피로할 수 있다. 둘째, 언급한 대로 가왕의 연승행진을 촉진해서 궁금증 증폭을 노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은 연승할수록 상승세를 탈 수 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연승이 복면가왕이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면가왕의 숨겨진 힘은 포맷 상 치열한 서바이벌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로 일관되게 톤 조절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복면가왕>은 총 2회 당 8명이 도전하여 (신규 참가자건, 복면가왕이건 합쳐서) 8명이 복면을 벗는 형식이다. 출연자 소모가 꽤 많은 편이다. 얼마나 많은 도전자 풀이 있을까 고민이 되었을 텐데 프로그램의 회당 흡인력 극대화를 선택했다. 그만큼 연예인 나아가 유명인 중 나올만한 사람이 꽤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을 거다. 시즌보다는 정규를 선택해야 하는 지상파 구조 상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포맷 상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판정단의 선택 기준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MC김성주는 다음 라운드에서 다시 듣고 싶은 도전자를 선택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기준이 충분할까? 예를 들어 가수 이승철이 출연했다고 가정해보자. 모두가 그의 목소리를 알아본다. 노래는 충분히 좋다. 그러면 판정단은 이승철을 선택해야할까? 만약 선택한다면 복면을 쓴 것이 무색하게 계속 연승행진이 이어지게 된다.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노래가 좋으니 계속 출연하면 난감하지 않을까? 만약 판정단이 누구인지를 알기 때문에 그 사람을 탈락시킨다면 어떨까? 공식적으로 표명한 룰과 어긋난다. 그래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너무 노래를 잘 부른 사람인데 오해해서 탈락시켜버린다면? 그 또한 논란이 생길 거다. 판정단이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이 시작할 때 그 결함을 안고 가는 것이 가능할까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복면가왕>은 그 포인트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출연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시청자들이 김연우를 지목하고 있을 때 판정단은 끝까지 ‘실명 호명’을 피한다. ‘그분’으로 지칭하는 등 패널들이 김연우를 보호한다. 김구라가 여기에 반하는 스탠스를 취하는데 그럼에도 상황이 더 입체적으로 보여 시너지를 주었다. 그리고 토크의 흐름을 가면 벗기기 놀이에서 ‘모든 노래를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가진 사나이의 노래’ 감상하기로 끌고 간다. 가수 김연우가 평소와 다르게 부르기 위해 애쓴 것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했다. 너무 티가 나면 갈 수 없는 길이 되었을 거다. 시청자들도 일정 부분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묵인하고 오히려 즐긴다. 어떤 시청자들은 그가 연우 신인지 검증하기 위해 열을 올리기도 했다. 노래 부를 때 보이는 목의 힘줄 사진이 비교되기도 하는데 이런 건 프로그램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라 화제성을 강화한다. 정말 몰라서 확인하는 게 아니다. 확인하는 재미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 



 그때부터 <복면가왕>은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했고 2049 시청층 외 중장년층도 가세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프로그램의 편집과 방향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가.수> 때처럼 논란이 있을 여지가 있음에도 앞서 말한 톤 조절로 시청자들이 정색하며 보지 않게 만들고 연출 방향을 디테일하게 잡아가며 시청자들에게 관점과 감상 포인트를 잡아주고 있다. 


 정색하고 있지 않지만 <복면가왕>은 충분히 긴장감을 준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기 때문에 주로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그래프는 고위평탄면 같은 패턴을 보이는데 경쟁이 강조되는 프로그램은 점점 시청률이 올라가서 마지막에 정점을 찍고 떨어지는 우상향 패턴을 보인다. <복면가왕>은 무서운 기세를 보이며 올라가 바통을 <진짜사나이>에게 넘겨주고 있다. 그럼 어디에서 긴장감이 오는 것일까? 이 프로그램은 ‘편견을 깨는 신성한 도전’을 표방하고 있다. 랩퍼라서, 아이돌이라서, 한물갔다고 해서 노래 실력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는 사람들, 가수가 업이 아니지만 노래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 등이 자신의 기존 이미지에 맞서 도전하는 과정은 하나의 드라마를 만든다. 그래서 <복면가왕>은 노래 실력자의 자존심을 건 대결과 ‘나 한번 누군지 맞춰봐~’라고 묻고 맞춰보는 재미있는 놀이 사이에서 도전자들의 유쾌하고 의미 있는 도전기라는 좁은 길을 가고 있다. 그러면서 양쪽의 흥행 포인트는 함께 챙기고 있다.



 블로그에 쓰는 모니터링 중 첫 번째 자사 프로그램을 칭찬일색으로 쓰게 되어 민망하긴 하지만 <복면가왕>은 요즈음 즐겨보고 놓치면 챙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되었다. <복면가왕>의 저력은 제작진들이 짜놓은 얼개가 촘촘하면서도 견고하다는 데서 온다. 시청자들은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막상 제작진은 시작할 때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몰라 어렵다. 이렇게 잘 짜인 프로그램을 보면 통쾌함마저 든다.       


최초 작성일 : 9월 16일 (blog.naver.com/shinwa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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