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 photo Nov 19. 2022

샌프란시스코에서 도둑맞다.

카메라 장비 일체와 아이들 게임기 그리고 ...




기분 좋게 출발한 여행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11일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남부 소도시에 살고 있기에 직항 편이 없었고 덴버를 경유해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상단 중앙에 활주로가 보인다



비행시간과 경유지에서 보낸 시간만 해도 12시간이 넘었다. 덴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가 출발이 연착되기도 했었다. 약간 늦은 아침에 도착을 했다. 예약한 렌터카를 받고 기분 좋게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으로 들어갔다. 가족들과 우아하게 브런치를 먹고 첫 여행지로 계획했던 트윈 픽스로 갔다.


나는 예전에 촬영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달 넘게 보낸 경험이 있지만 가족들은 첫 샌프란시스코 방문이기에 트윈 픽스에 가서 샌프란시스코의 전체 모습을 보고 여행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렌터카는 내가 한번 타보고 싶어 했던 캐딜락 CTS였다. 어릴 적부터 궁금했던 캐딜락이었다.


트윈 픽스에 도착해서 가족들은 신이 나서 둘러본다. 나는 카메라를 챙겨서 가족들 모습과 풍경을 찍었다.

이사진이 장비를 도둑 맞기 직전에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고 렌즈를 교환하러 갔었다.



문득 렌즈를 교환해야겠다 라는 생각에 다시 차로 가서 렌즈를 교환하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다. '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라고. 바로 코앞에 있는 화장실을 물어보네 하면서 알려주었다.


나는 다시 가족과 합류해서 경치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런 뒤에 차로 모두들 돌아왔다. 

차에 타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뒷자리에 앉은 아들이 어! 가방이 안 보여!라고 말을 한다. 


뒷자리에 있던 나의 카메라 가방과 아이들의 잡동사니가 든 가방 그리고 이번 여행을 위해 새로 구입한 나의 재킷이 안 보인다.


멍해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순간 아까 나에게 화장실을 물어보았던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고 내혼을 쏙 빼놓은 상태에서 다른 동료가 차 안에서 물건을 훔쳐가는. 트윈픽스 주차장에 쓰여있던 경고문이 생각났다. 차 안에 물품을 놓지 마시오. 도난 주의. 이런 경고문이 확 떠올랐다.


카메라 가방 안에는 장비 풀세트가 들어가 있었고 아이들 가방에는 게임기와 여러 가지 물품들이 있었다.

값으로만 따져도 제법 된다.

장비도 장비지만 그 가방 안에는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하는 명함 지갑과 여러 가지를 적어 놓은 수첩 등 나에게 많은 추억이 있는 물품들도 있었다.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그들은 벌써 멀리 떠났다. 아마 이게 웬 횡재야 하면서 신나 있을 것이다. 


여행의 시작이 아주 버라이어티 하다.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고 그리고 힘들게 온 여행을 망칠 수가 없어서 예정대로 움직였다. 나에게는 딱 카메라 바디 하나와 평상시 잘 쓰지 않는 27-70mm 렌즈만 남아 있었다.


경찰서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본 풍경. 



숙소 근처 경찰서를 가니 그곳에서는 내가 도난당한 지역 근처에 있는 경찰서로 가라 한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있는 경찰서로 갔다. 상황을 이야기하니 나에게 서류작성을 하라고 한다.

아마 집 보험으로 커버가 될 것이다라고 조언을 해준다.


서류에 있는 여러 항목을 작성하다가 차 문을 잠겄냐?라고 물어보는 항목이 있었다. 순간 기억이 안 났다.

내가 차문을 감갔는지 아닌지. 렌터카이다 보니 익숙하지 않았고 그 차는 잠겼는지가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었다. 물론 내가 여행으로 인한 들뜸으로 인해 확실하게 확인을 안 한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나는 문을 안 잠금에 표시를 했다. 서류를 제출하니 경찰이 아주 이상하다는 식으로 나에게 물어본다. 

정말 문을 안 잠갔어? 보통은 안 잠가도 잠겄다고 하는 판인데 나는 안 잠금에 표시를 해 놓으니 담당 경찰은 나를 아주 이상하게 바라본 것이다. 문을 안 잠겄다고 표시를 하면 나는 보험처리가 안된다라고 말해준다.


순간 많은 갈등을 했다.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내가 감갔는지 아닌지를. 아무래도 잠그지 않은 것 같았다.

솔직하게 표시했다. 담당 경찰은 쉽지 않을 거야라고 나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준다.

아마도 도난당한 물품이 제법 되는데 나와 가족들은 웃으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것이고 나는 가족과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도 관광은 해야한다.



여행 내내 나는 24-70mm 렌즈 하나만 가지고 촬영을 했다. 평상시 습관으로는 렌즈를 자주 바꿔가면서 촬영을 했는데 딱 렌즈 하나만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초심으로 돌아가자 하면서 촬영을 했다. 내가 몸을 움직여서 피사체에 더 다가기 가도 혹은 더 멀어지기도 하면서 더 집중을 하면서 촬영을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장비를 도둑맞았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교훈과 가르침을 얻은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가능한 장비를 가볍게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렌즈를 여러 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촬영하는 습관을 버리고 평상시에는 딱 하나의 렌즈만 가지고 다니면서 그렌즈에 더 집중을 하게 되었다.


해가 지는 태평양. 서쪽으로 계속 가면 한국이 나올것이다. 순간 헤엄쳐서 갈까? 라는 생각도



어찌 되었건 가족과의 즐거운 여행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이야기를 가족과 나눈다.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기억은 도둑맞은 곳이라 낙인찍혔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보낸 소중한 시간은 도둑맞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중년 남자의 바이크 도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