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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photo Nov 22. 2022

별을 본다는 것 그리고...

그냥 별이 좋아서 별을 보는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당시에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특별활동으로 과학반에 가입했고. 그곳에서 나보다 한 살 많은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별을 보는 걸 좋아했다. 미리 말하지만 러브 스토리는 아니다. 그 선배는 남자였다.


그 선배는 나를 열심히 꼬드겼다. 같이 별을 보는 동호회에 가입하라고.

결국 나는 ' 육영 천문회'라고 당시 어린이 회관에서 운영하는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다. 학교 과학반 시간을 수업 듣는 것보다 좋아했고 천문회에서 한 달에 한번 정도 하는 철야 관측회도 참가했었다.

당시에는 서울 하늘에서도 별을 볼 수가 있었다. 적어도 3 등성 별정도 까지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입시에 시달리면서 별을 보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별을 잊고 지냈다.



내가 종종 별을 보러가는 곳의 여름밤 은하수



미국 남부 시골로 이민을 왔다. 밤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그간 내가 보지 못했던 별들이 쏟아질 듯이 보인다. 아! 내가 별을 잊고 살았구나.


집에서 차로 한 30분을 가면 주립공원에 갈 수가 있었다. 밤하늘이 맑고 달이 없는 밤에 그곳을 찾아갔다.

한적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늘을 보니 내가 별자리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별들이 보였다.

아 이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구나. 눈을 어둠에 익숙하게 만든 뒤에 천천히 별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다. 


오리온자리, 황소자리, 큰 개자리, 쌍둥이자리 등등 겨울철의 대표적 별자리가 보인다.

그래! 이런 걸 원했어.라고 잊혔던 별보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당시 내차는 Fiat 500C 였다. 완전한 오픈카는 아니었지만 천으로 된 차 지붕을 열 수가 있었다.

추운 겨울 히터를 켜고 자동차 의자를 한껏 뒤로 젖히고 거의 눕다시피 하고 별을 보았다.


쌍둥이자리의 유성우가 있던 추운 겨울날 다행히 밤하늘은 맑았다. 작은 차에 가족 모두를 태우고 내가 별을 보러 가는 그곳으로 갔다. 지붕을 열고 다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똥별들이 계속 떨어진다.

내생에 그리도 많은 별똥별을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1시간 반 가량의 시간 동안 100개 넘게 보았다고 한다.

나도 50개는 넘게 본듯했다. 여기서 휙 저기서 휙.


지난 11월초에 있었던 월식중 떨어진 별똥별.



종종 밤하늘이 맑으면 뒷마당에 천체 망원경을 꺼내 설치하고 별을 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것보다 그냥 육안으로 별을 보기 시작했다. 불규칙한 생활과 천체 망원경을 꺼내고 설치하고 뭐 그러는 과정들이 쉽지 않았다. 천체 망원경을 꺼내서 바로 볼 수는 있지만 제대로 보려면 이런저런 세팅 과정이 필요하다. 적어도 관측을 하려면 세팅을 하는데 1-2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 시간이 필요했다.


이사를 했다. 조금 더 큰 도시로. 이사를 한 곳에서도 별은 잘 보였지만 그래도 주변의 인공광이 많아졌다.

좀 더 많은 별들을 보고 싶었다. 주변에 인공광이 적은 장소를 찾았다. 집에서 차로 한 1시간 조금 넘은 곳에 인공광이 적은 곳을 찾았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수없이 많은 별이 보인다.



그곳에 가보니 수많은 별들이 보인다. 아주 멀리서 도시의 인공광이 조금 보이지만 그래도 관측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여름철에는 은하수가 흐릿하게 보인다. 내가 은하수를 본 것이 얼마만인가.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그곳에 가서 여전히 별을 본다. 사진 촬영도 하면서.

별자리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시간의 변화와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별을 보는 동안에는 다른 잡생각이 안 든다. 그야말로 무념무상. 그러다가 가끔 예고도 없이 휘익하고 사라지는 별똥별이라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서 아! 소원을 안 빌었구나 하고 후회도 한다.


2020년에 찾아왔던  Neowise Comet.           



다음 주말에는 오리온자리의 유성우가 극대기 이다. 그리고 12월 중순에는 쌍둥이자리에서도 유성우가 있다.

하늘 상태가 좋으면 그리고 내가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다면 오랜만에 별똥별 관측을 할 생각이다. 

아! 달의 상태도 확인을 해야 한다. 달이 너무 밝으면 별을 보는데 좋지 않기 때문에.

커다란 보온병에 커피를 잔뜩 담아서 별과 별똥별을 보고 올 것이다.

자동차 극장에서 보이는 밤하늘


내가 태어나서 제일 많은 별을 본 날이다.         Great Sand Dunes . Cololado Ap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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