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손가락을 쳐올리면서 응급실 방문을
얼마 전부터 사업장의 커다란 환풍기가 종종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옥상에 올라가서 손을 봐야 하는데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날은 소음이 계속되었다. 직원들의 근무 환경이 많이 불편해짐을 느끼고 옥상에 올라갔다.
올라가기 전 직원들에게 옥상에서 작업을 할터이니 스위치를 건들지 말라 이야기를 했었다.
식사 중이던 한 명을 빼고서.
옥상에 올라가 환풍기를 확인하니 팬벨트의 문제였다. 오래된 벨트를 빼는 순간 모터가 작동되었다.
그리고 나는 ' 악! '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식사를 끝낸 직원이 스위치를 올린 것이다. 젠장!
왼손 중지에서 피가 난다. 내려와 응급처치를 하고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는 보호자가 못 들어간다 한다. 이곳 응급실은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앰뷸런스를 타고 오는 진짜 응급 환자가 가는 곳과 나처럼 가벼운(?) 응급 환자가 들어가는 곳이 있다.
다친 손가락을 심장보다 높게 추켜올리고 가니 접수받는 직원이 알아서 접수를 해준다. 난 신분증만 주었다.
호명을 할 때까지 기다리라 한다.
응급실 대기실에는 대부분 나처럼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는 환자들만 있었다. 종종 심하게 앓는 소리는 내는 환자도 있었지만.
한 30분 기다렸나... 나를 호명한다 ' Mr. KIM! ' 처치실로 들어가니 나에게 생년월일과 어떻게 다쳤는지를 물어본다. 이야기를 하니 나에게 ' 그래서 그 직원 해고했어?'라고 물어본다. 나는 ' 아니 '라고 답했다.
내가 응급 처치한 밴드를 제거하고 손가락 상태를 확인하고 거즈를 붙여주더니 나가서 또 기다리라 한다.
X-ray를 찍어야 한다 하면서. 또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나마 오른손은 움직임이 자유로워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지루한 응급실에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나를 호명한다. X-ray를 찍으러 갔다.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미로 같은 병원 복도를.
X-ray를 찍고 나니 왼손 중지 첫마디가 골절이라 한다. 살짝 찢어진 부위는 봉합을 해야 한다 하고는 또 대기 실행. 하염없이 기다린다.
응급실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경.
오후 9시경에 드디어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나의 상처를 보더니 기다리라 한다. 잠시 뒤 내 손가락에 마취 주사를 놓았다. 너무 아팠다. 다친 상처보다 마취주사를 놓는 게 더 아팠다.
한참 뒤 의사가 다시 들어왔다.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 마취가 조금 풀렸다. 다시 마취 주사를.
봉합이 시작되었다. 세 바늘을 꿰맸다. 중간에 실이 너무 가늘군 하면서 실을 바꿔서 다시... 젠장!
나는 봉합을 하는 내내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봉합이 끝나고 나니 온몸에 힘이 없었다. 의사에게 잠시 눕겠다고 했다.
잠시 진정을 한 뒤에 나오니 의사는 사라지고 간호사가 다음 진행에 대해 알려준다. 다른 의사에게 예약을 하고 진찰을 받으라 한다.
버라이어티 한 하루였다. 응급실을 평생 처음 가보았고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응급실을 가다니.
전문용어(?)가 난무했다. 아픈 상처보다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더 긴장을 했나 보다.
다행히 부러진 손가락은 약 1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 한다.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중지를 날리면서 다니고 있다. 뭐 미국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손가락이라고 누군가 농담을 한다.
예전 농담 중 ' 손가락이 뿌려졌냐? 연락도 없고.'라는 말이 있다.
정말 나는 손가락이 부러졌다. 지금의 타이핑도 쉽지 않게 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 다친 것인데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 심지어는 세수도 쉽지 않은.
손가락이 낫게 되면 지인들에게 자주 연락을 해야겠다. 지금은 손가락이 부러졌다는 핑계로 잠시 잠수를.
아! 나는 왼손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