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볼보.
내가 처음으로 볼보를 제대로 접한 것은 2004년이었다.
당시에 타고 있던 차가 현대 엑셀 3 도어였다. 수동차량. 어쩌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은 차였다.
아이가 커가고 나도 일 때문에 좀 큰 차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SUV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어릴 적부터 웨곤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2년 된 중고 볼보 V40을 구입했다.
그것이 나와 볼보의 첫 만남이었다. 크기에 비해 많은 짐을 넣고 다닐 수 있었고 당시에는 200마력에 육박하는 힘이 넘치는(?) 차였다. 크기는 소나타보다는 작고 아반떼보다는 조금 큰 정도.
그래도 트렁크와 뒷좌석을 접고 나면 오만가지 나의 장비들을 가지고 다닐 수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오기 전까지 약 7년간 잘 타고 다녔었다.
이민을 와서 미국에 있는 다양한 차들을 접했다. 남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차를 바꿨타고 다녔다.
이민 14년 동안 차를 15대나 바꾸었으니. 거의 매년 한 대씩 팔고 사고 했던 것이었다.
한번 사는 인생 좋아하는 차나 실컷 바꿔 타보자란 생각에 다양한 차들을 접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출혈이 크기는 했었다. 얌전히 한두 대 정도만 바꿨으면 아마 집 한 채는 구입했을 듯하다. 하하하
머슬카나 스포츠카만 제외하고는 다 가져본 듯하다. 그런데 개인적 취향이 확고하다 보니 조금은 제한된(?) 차들을 가져보았다. 일본차는 닛산 브랜드만 두 번 가져보고 (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내가 차를 보러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일요일뿐이 없었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딜러삽은 닛산뿐이 없었다)
엄청 실망을 해서 다시는 닛산과 일본차는 안 탄다라고 결심했다.
다양한 차를 경험해보니 나의 차에 대한 생각은 ' 기본에 충실한 차'로 귀결되었다.
잘 달리고 잘 서고 편안하고 내가 일을 하는데 필요한 넉넉한 짐칸 적당한 연비 그리고 안전.
화려한 기능과 인테리어로 나를 유혹하던 차들도 많았었다.
그런데 내가 차를 모시고 다니는 상황도 종종 있게 만드는 차도 있었다. 그런 차는 부담이 되어서 결국 얼마 못 타고 처분하기도 했었다.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볼보로 왔다. 웨건을 여전히 좋아하기에 V90을 생각해보았지만 집사람이 몰고 다니기에는 크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타협점을 V60 CC에서 찾았다. 주로 내가 몰고 다닐 차이지만 가끔 집사람의 차를 내가 탐내는 경우도 있기에 그럴 때는 내차를 집사람이 몰 수 있어야 했다.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차가 Volvo V60CC였다.
차를 지난 7월 말에 주문을 했다. 보통은 적당한 할인을 받으면서 그간 차를 구입했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오히려 웃돈을 주고 차를 주문해야 하는 상황. 차를 빨리 출고해주는 딜러가 최고의 딜러였다.
결국 정가에서 한 푼도 깍지 못하고 제값 그대로를 주고 주문을 했다.
5개월의 기다림.
차를 받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겨울날이었다. 적당히 차를 둘러보고 시승해보고 인수를 끝냈다.
냉간시에는 엔진 소리가 외부에서 제법 크게 들렸다. 차 안에 앉아서 들어보면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계기판을 확인해야 했다.
다른 차들은 계기판에 다양한 정보를 준다. 차량의 온도라던지 타이어 압력상태, 연비, 순간 연비, 평균 속도등. 그러나 Volvo V60은 단순하게 엔진 RPM과 속도 그리고 지도.
운전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놓았다. 처음에는 너무나 차량 정보를 제한적으로 해 놓아서 어색하고 불편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운전하면서 얼마나 자주 엔진 오일의 온도, 트랜스미션 오일의 온도 등등을 확인을 했는지 혹은 과연 그것이 이런 차를 몰고 다니는데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드니 차라리 그런 정보는 없어도 되는군 이라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혹은 적당한 타협점일지도 모른다.
주행을 해보니 일단 잘 달리고 잘 선다. 차를 인수 후 며칠뒤 장거리 운전을 했었다 왕복 600 Km 정도의 거리였다. 예전의 차로 그렇게 다녀오면 온몸이 쑤셨다. 가는 중간중간 몸을 풀고 돌아오면 피곤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볼보는 그렇게까지 나를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다. 역시 볼보의 시트는 정말 편안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이차가 맘에 들었다.
마력수가 어쩌니 편의사양이 어쩌니 하는 것 보다도 운전자가 마음을 편하게 몰고 다닐 수 있는 차가 최고라 생각 한다. 차를 믿고 차와 함께 즐거움을 느끼면서 차의 기본에 충실한 차.
안전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 다행히 그런 일이 발생할 상황이 없었기에. 그리고 볼보의 안정성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냥 볼보가 제시한 안전도를 믿으려고 한다.
다른 차종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도 많았다. 다른 차로 갈 뻔도 했었다. 그런데 나의 여러 가지 조건에 맞는 차는 Volvo V60 CC였기에 결국 돌아 돌아 Volvo로 선택했다.
마음속으로는 이차가 마지막 차이길 바라기도 하지만 아마 나의 호기심과 변덕으로 인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나와 오래오래 무사무탈하게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
돌고 돌아 다시 Volvo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