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는 없었는데 에필로그는 씁니다.
'틈틈이 낭만'은 처음 이 글을 기획했을 때 정했던 제목입니다.
더 나은 제목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틈틈이 낭만'으로 마무리합니다.
선택에 있어서 마음이 잘 변하는 편인데, 글쓰기에서는 쭉 밀고 나가는 편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글을 쓰며 느낍니다.
그렇게 적어 내려간 '틈틈이 낭만'은 숨 쉴 틈이 없던 일상을 이겨내고자 시작했습니다.
육아를 하며 체력과 정신이 너무 지쳤을 때, 이런 걸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도 제때 못 먹으면서 낭만 타령이라니. 아마도 저는 밥만큼 낭만이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죠.
1995년 최백호 님은 잃어버려 다시 못 올 낭만에 대하여 노래했고, 현세대는 2000년대 초반을 낭만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지금을 낭만으로 생각하는 세대도 나타나겠지요. 낭만은 늘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먹고살기 바빠서 놓친 낭만이지만, 밥만 먹고살 수는 없단 증거가 아닐까요?
내친김에 '낭만에 대하여'를 검색해 봤더니 플레이스에 뜨는 건 죄다 술집, 밥집입니다. 가만 보면 밥과 낭만 사이에는 대단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먹어야 되는 밥처럼 낭만도 현재진행형으로 누리고 싶었나 봅니다.
뭘 먹든 파인다이닝스러운 여유가 중요했던 제가 육아를 하면서 마주한 큰 벽은 잠도, 꾸밈도 아닌
먹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급하게 먹어봤더니 역류성식도염이 오더라고요. 이럴 바엔 안 먹겠다, 했더니 몸이 버텨내질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약체였던 제게 육아는 버거운 과업이었죠.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용케 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무려 2명을 모두 어린이집에 보내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 글들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때 적어놓은 메모나 기억을 시작으로, 밥 먹을 틈이 생긴 올해 엮은 것입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는 양육자들이 육퇴 후에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또 이승에서 저승만큼 멀어진 듯한 낭만이라는 단어가 그들의 일상에 끼어들어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요.
지금도 낭만을 찾을 틈도 없이 생떼쟁이들과 맞서는 날이 많습니다. 그러고는 금세 괜찮냐며 뽀뽀하고, 눈을 흘기다 웃으며 뺨을 비빕니다. 힘든 동시에 모두 그리워질 순간들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긴 이 글들이 우리가 지나간 자리를 '낭만'으로 물들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낭만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새로운 연재로 찾아올게요! (밥 먹을 틈 있으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