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쯤 카톡이 왔다. 텀블벅 자동공개 임박 안내.
'임박'이라는 명사는 원래 긴장감 넘치는 단어지만, 내가 '임박'의 주인공이 되니
오~ 기분이 짜릿해.
전야제로 프로젝트를 최종 점검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뽀로로에 열중하고 있었고, 토요일에 출근했던 남편은 퀭한 눈으로 서 있었다. 그래도 시간을 내야 한다면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1시간만 다녀올게!"
상기된 표정과 결의를 눈치챈 남편이 대답했다.
"2시간 있어도 돼. 끝내고 와."
나는 씻고 나갈지 그냥 나갈지 고민했다. 지금은 씻는 시간도 아까웠다. 머릿속에는 그저 '나갈 수 있을 때 나가야 돼.'라는 생각뿐이었다. 샤워를 포기하고 모자를 썼다. 가방에 노트북을 담아 현관을 나서는데 남편이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2시간 후에는 오는 거지?"
나는 돌아보며 말했다.
"믿어. 꼭 돌아온다. 1시간 반으로 끊고 돌아올게."
그렇게 귀한 시간을 꿔서 카페로 향했다. 가장 가까운 카페에 도착해 프랭클린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내가 고른 자리는 가장 안쪽의 모퉁이 자리였는데 공교롭게도 캐럴이 나오는 스피커 아래였다.
'글을 쓸 땐 적막이, 그림을 그릴 땐 음악이 집중을 도와주던데...'
자리를 옮길까 했지만, 나는 임박의 주인공이라 쉽게 집중 상태에 진입했다. 오히려 캐럴을 흥얼거리며 몸도 들썩들썩했다. 몸이 움직인 건지, 마음이 움직인 건지 헷갈렸다. 아니면 짜릿한 기분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건가.
중간중간 시간을 체크한다. 주어진 1시간 반.
그래, 쪼개진 시간도 모아서 글을 썼는데 온전히 주어진 90분 동안 못할 건 없었다.
나는 프로젝트 계획에 텀블벅까지 오게 된 아주 최초의 날갯짓을 추가로 적어 넣었다. 그건 진짜 날갯짓 같았는데, 아파트 1층 바닥에 놓인 지역 소식지를 주워 든 게 시작이었다.
세대별 우편함 아래, 그늘진 모퉁이 안쪽에 놓여있던 소식지는 공동 현관이 열릴 때 바람을 맞았는지 옆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달리 생각하면 누군가를 향해 날아온 것이고, 나는 그걸 주워 누군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 꾸준한 성장. 경험해 보자!
올 초만 해도 내가 육아가 아닌 일에 이렇게 몰두하고 있을지 생각도 못했다. 내게 텀블벅은 2023년을 담은 현재의 결과이자 과정이고 긴장되는 이벤트다.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계속 나아가는 날갯짓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너는 나비보다 크니까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날갯짓을 해.
라는 응원의 말도 잊지 않고.
남은 올해와 시작되는 내년을 실로 잘 꿰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야겠다. 그 안에서 몸과 마음이 노곤해져도 날갯짓만은 잊지 않아야지.
파닥파닥
오늘의 모퉁이에서부터 또다시 나비효과가 시작되길.
그사이 카페에 온 지 80분 경과. 저장 버튼을 누르고 가방에 노트북을 담는다. 카페에 올 때보다 더욱 잰걸음으로 나선다. 잠시 뒤,
띠띠띠띠 띠리릭.
집 안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나비처럼 날아온다. "엄마~"
한 겨울에도 나비들과 함께 하니 날갯짓은 걱정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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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작했어요. 시간 날 때 구경오세요!
킁킁, 후각 충전 에세이 <콧구멍 워밍업> | 텀블벅 -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tumblb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