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 진심이었는데…어쩌다 주연배우가 되어버렸다

나의 인생에세이

by 해연

일주일에 한두번은 아침마다 주변 스타벅스에 가서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는 회사의 좋은 벗이 있습니다. 그날도 우리는 나름 둘만의 진지함속에서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부장님이 저에게 역린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중용 23장에 대해 알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모르죠, 그게 뭔가요? 했더니 언제 다 외우셨는지, 저를 바라보며 힘있게 또박또박 낭독하시더군요.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 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 꼭 보라고 하셔서 찾아서 본 영화가 역린이란 영화였고, 정재영이란 멋진 배우가 연기한 명대사가 중용 23장이었습니다. 저는 늘 좀 많이 늦게 깨닫는 편이라 몇번을 다시보고 다시 보고난 후에야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중용 23장은, 저의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나름 좋은 간판의 대기업과 들어가기 어렵다는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에 입사해서 경영컨설턴트로 10년 이상을 보내다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서 지금 10년이 넘은 시점에 돌아보면 내 삶도 중용23장과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근무했던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 그것도 화학공학 엔지니어링 회사에 입사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한 나를 보면 나름 대견하기도 하고, 입사했다는 자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성장하는 사람과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제가 느끼기엔 딱 한가지 인것 같습니다. 적극적이냐 아니냐는 차이인 것 같습니다. 소위 중용23장에서 말하는 작은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있다는 거죠.


저의 경우, 나름 저는 분명히 성장했고, 회사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은 나는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저는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뭘 고민하냐면,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에 회사의 모든 어려운 일들은 제가 많이 맡아서 해버리는 빈도수가 점점 늘어났다는 거죠. 으레 그건 제의 몫이 되어 버렸다는 거죠.

작은 일에 진심이었는데…어쩌다 주연배우가 되어버렸다

분명히 처음에는 누구, 누구를 정해서 일을 시켰지만, 결국 그 일은 혼자 하고 있다는거죠. 성격이 꼼꼼해서 인지, 일처리 중간에 어떤 이슈로 막혀버리면 잠못자고 그걸 밤새도록 고민하느라 힘들었던 날들이 많았죠. 그리고 그 일이 너무 힘들 때 후회할때가 많았습니다.


“왜 내가 이걸 맡아서 하고 있는걸까? 어쩌다가 내가 이일을 하게 된걸까?”


한번은 나도 몰라하면서 진짜 연기를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일로 윗선으로부터 꾸중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그런 일이 몇번 반복되자, 그 일에서 자연스럽게 배제가 되었고 나는 직장생활이 편해져버렸죠.

사람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모르는건 모른다고 말할수 있는 용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모르는건 모른다가 아니라, 그저 하기싫어서 회피한 결과였는데, 그 결과가 신기하게도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더군요.


그래서였을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너무 힘들고 혼자 하고 있단 생각이 들땐, 다른 사람들은 아카데미 주연상에 빛나는 연기를 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한번 피하고, 두번피하고 했더니 내 인생이 편하고 즐거웠다면 왜 계속 이것을 유지하지 않았을까요?


30대 초에 회사를 처음 입사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에 나와서 극소심으로 살고 있을때 어느날 저에게 고객들앞에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발표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죠.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자료는 만들고 있지만 발표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가 터져나갈 정도로 걱정뿐인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느덧 발표일이 다가 왔습니다. 너무 긴장을 많이해서 인지, 이미 입고 있던 양복 안쪽은 다 젖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바짝 바짝 입술도 마르고 목이 타 연신 물을 마시던 저에게 전무님이 다가와 한마디 하시더군요.


많이 힘들어? 내가 대신발표해줄까?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네~!라고 할뻔했었습니다.


너가 올라가서 발표하잖아 사람들이 다 너만 바라볼걸~


속으로 뭐야, 불난집에 부채질하는거야 왜 약올리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사람들이 너만 바라보고 있어 그 초롱초롱한 눈으로, 너가 그 위에서 보면 그렇게 보여

하지만 진실이 뭔지 알아? 이 사람들 아무것도 몰라 그래서 너가 A라고 거짓말해도 믿을껄 그러니 이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해~


그런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용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이 자리가 힘들고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시더니 한번 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힘들지, 그냥 피하고 싶지? 하지만 이번만 참고 올라가서 발표해봐, 자네보고 발표를 잘하길 기대하는게 아니야, 잘하면 좋겠지만, 자네가 뽑인것만으로도 좋은 기회 아니야? 절대 피하지마 한번 피하면 또 피하게 되고 또 피하면 그것은 영원히 피하게 될꺼야


저는 지금도 나에게 닥친 어떤 힘듦이 있을때마다 그때의 전무님의 얘기가 늘 떠오릅니다. 절대 피하지 말고 작은일에도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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