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두 짝이 만나, 반찬을 집어 올린다.
종종 우리는 그 두 짝의 형태가 다른 상황을 마주한다.
누군가는 반찬을 집어올릴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도저히 거슬려서 못 보겠다며, 짝이 맞는 젓가락을 다시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수저만 있으면 된다며 짝이 다른 젓가락을 두고 수저로 반찬을 떠먹기도 한다.
가늘고 기다란 물체, 그러나 짝이 맞아야 보기 좋은 물체.
누구에게 쥐어지냐에 따라 젓가락은 제 짝을 찾기도, 또 못 찾기도,
그리고 목적을 잃은 체 사용되지 않기도 한다.
우리의 연(緣)도 젓가락과 같이 이어진다.
어떤 가치관의, 어떤 시기의, 어떤 상황에 만난 '누구'냐에 따라
반찬을 집을 수 있는 짝을 찾기도, 혹은 모양이 같은 완벽한 제 짝을 찾아가기도,
그리고 연을 못찾지못해 목적이 사라지기도 한다.
두개가 모여야 '젓가락'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두 사람이 모여야 '연(緣)'이라고 부른다.
11월의 '작작' - 젓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