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 첫 취향.
첫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도화지 같은 공간을 오롯이 나와 그리고 석준이의 취향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엄마의 취향이 담긴 식탁, 의자, 커튼, 이불이 아닌
나와 석준이가 밥을 먹고 싶은,
나와 석준이가 공부하고 싶은,
나와 석준이가 생활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엔 미처 몰랐다.
수저와 젓가락의 종류가 이토록 많은 줄.
조명 색이 조금만 달라져도 이 공간이 차가운 곳이 될지 따뜻한 곳이 될지 정해진다는 것을.
집 앞 풍경너머 보이는 풀색이 광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자라고 다 같은 의자가 아니고,
식탁의자
화장대 의자
서재 의자
거실 의자
저마다 다 자세한 이름표를 달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집의 공간이, 이토록 다양한 취향이 한 데 섞인 곳인지
그동안엔 미처 알지 못했다.
왜 엄마가 엄마의 공간을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셨는지, 왜 유독 그 공간에서 안정을 느끼고 그곳을 정성스럽게 가꾸셨는지
왜 탄천이 잘 보이는 집을 유난히도 좋아하셨는지
나는 이제야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최근 ‘의자’가 나에게 가져다준 의미
1월의 작작 ‘의자’